문화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김승영 전시
입력 2017-10-01 15:19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1층 전시실 한가운데 나무 방이 있다. 그 속에서 계속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관객이 호기심에 문을 여는 순간, 희미한 조명이 켜진 유리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추는 대신에 빗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스스로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깨끗이 쓸어버려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김승영 작가(54)의 작품 '노크 쓸다'는 내면의 문을 두드린다. 지금 당신은 어떤 마음, 어떤 감정인지 묻는 것 같다. 그는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에 선정돼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김종영미술관은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조각가 김종영 전 서울대 교수(1915~1982)의 뜻을 기리고자 2004년부터 묵묵히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를 선정해 전시를 열고 있다.
김승영 작가는 소리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을 찾아 나가고 있다. 이번 개인전 '노크(KNOCK)'에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제작한 작품 10점을 선보인다.
2층 전시장에는 돌로 깎아 만든 '물방울' 연작이 있다. 고요한 수면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그 반작용으로 물방울이 솟구쳐 오르는 순간을 조각했다. 가느다란 물기둥은 아주 미세한 충격에도 부러질 수 있다. 작가가 제작할 때도 관객도 관람할 때도 조심해야 하는 작품으로 긴장감을 품고 있다.

3층 전시장 바닥 전체에는 잡석이 깔려 있는 가운데 세 작품이 설치돼 있다. '당신은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우십니까'는 영어로 쓴 푸른빛 네온 작품이다. '마음'은 스테인리스 통 안에 작은 통이 들어 있는 작품. 통 전체에 물이 가득 차 있다. 작은 통 안의 물은 소용돌이 치고 있으나 바깥 통 안 물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잠잠해 표리부동함을 극대화시켰다. '감정의 괴'는 철창 속에 커다란 황금 괴가 가지런히 쌓여 있는 작품. 감정의 상태를 나타내는 여러 단어들이 각각의 괴에 씌어 있다. 맥락 없이 괴에 새겨져 있는 각각의 단어는 익숙하면서도 몹시 낯설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잡석들의 날카로운 마찰음이 따라 다닌다. 귀에 거슬리는 소음과 함께 전시된 '마음'과 '감정'을 살펴본다.
3층 전시장 바깥 테라스에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이 있다. 지저분한 유리 너머에 있어 어렴풋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무엇인가 낯설다. 부처의 오른 손이 눈물을 훔치는 것 같다. 부처는 자신의 문제로 슬퍼하는 것인지, 관람객들 때문에 비통해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속도에 경도된 시대에 시곗바늘을 늦추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전시를 연 작가는 홍익대학교 조소과 출신이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김승영은 오랜 시간 '나'라는 화두에 정진해 왔다. 그 깨달음의 결과물인 작품은 과시적이지도, 난해하지도 않지만 울림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5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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