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관념적 산문시의 거장 정진규 시인 별세
입력 2017-09-29 11:10  | 수정 2017-09-29 13:46

정진규 시인이 28일 밤 11시 5분께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1939년 경기도 안성 태생인 고인은 고려대 국문학과에서 조지훈 시인에게 시를 배웠다.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그 당시 대표적 시 동인지인 현대시 동인에서 글을 썼다.
시인은 1977년 3시집 '들판의 비인'에서 일상성의 회복을 도모한 특유의 관념적 산문시를 선보였다. 인간의 신체에 주목한 9시집 '몸시'(1994), 순수 생명을 상징하는 10시집 '알시'(1997)로 한국 산문시의 한 영역을 개척해왔다고 평가받는다. 시인의 시 세계는 2004년 12시집 '본색'(本色)에 이르러 불교와 노장 사상, 자연친화적 생명관을 아우르게 된다.
고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의 입체화'를 추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극, 시춤, 먹춤 등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일평생 안주를 거부해왔다. 1988년에는 전봉건 시인이 운영하는 월간 시전문지 '현대시학'을 맡아 2013년까지 운영했으며, 한양대 정민 교수의 '한시미학 산책', 오규원 시인의 시 창작법을 연재해 반향을 일으켰다.

2006년 대한민국문화훈장을 받았고,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다. 한국시인협회상·월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마른 수수깡의 평화'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도둑이 다녀가셨다', 시론집 '질문과 과녁'이 있다.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 발인 10월 1일 오전, 장지는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보체리 선산.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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