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뉴스 / 첫 오프라인 가상화폐거래소 '블록스' 가보니 ◆
"평생 모은 재산 5억원이 있는데 비트코인에 투자해도 될까요?"
가상화폐(가상통화) 투자 열풍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주 국내 최초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블록스'를 찾은 기자에게 한 노부부가 말을 걸었다.
노부부는 기자를 거래소 관계자로 착각했는지 "비트코인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며 투자를 도와달라고 했다. 남편 김 모씨(68)는 "친구가 올해 초 비트코인에 5000만원을 투자했는데 1억원을 넘게 벌었다고 해 거래소를 찾았다"며 "가진 종잣돈을 전부 투자해 큰아들 신혼집 마련 자금에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한쪽에는 주부 최 모씨(44)가 앉아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었다. 최씨는 지난 5월부터 가상화폐 '이더리움'에 투자했는데 5000만원가량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또 다른 가상화폐인 '리플'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친구들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가족도 모르게 투자했는데 큰 손실을 봐서 걱정"이라면서도 "가상화폐는 한번 오르면 수십 배 오르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금방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여의도에 오픈한 블록스는 가상화폐 거래업체 코인원이 오프라인에서 가상화폐 거래는 물론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가상화폐 체험 공간이다. 이곳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코인원에서 거래할 수 있는 가상화폐 6종의 시세 차트가 실시간으로 뜬다.
지난해 말 여의도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대신증권 주식시세 전광판이 사라진 이후 가상화폐 전광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코인원에 따르면 오픈 이후 하루 평균 40~50명의 투자자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로그인에 어려움을 겪다가 분당에서 이곳까지 찾아온 김 모씨(53)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보던 것을 직접 설명을 들으니 신뢰가 간다"며 "보안 문제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어떻게 대응 중인지 설명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블록스 상담원은 "은행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창구 상담 수요가 남아 있는 것처럼 가상화폐 거래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블록스를 찾은 인근 금융사 직원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한 증권사 직원 정 모씨(34)는 "주변에서 코인 투자로 거액을 벌어들였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해보고 싶어서 찾아왔다"며 "업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퇴근 이후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한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거래소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최씨는 "중국이 가상거래소 몇 개를 제외하고 다 폐쇄한다는 방침을 내리면서 중국 전업투자자들이 한국 거래소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중국 내 규제로 많은 중국 투자자들이 이미 중국 당국 영향을 받지 않는 해외 거래소로 이주했거나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 사용 가능 여부와 은행 계좌 개설 등에 대해 문의하고 자리를 떠났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이미 재테크족을 넘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뜨겁게 확산되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이 지속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5일 카카오가 투자한 '두나무'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다음달 개설한다고 밝혔고, 다음날에는 넥슨이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912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28일 현재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는 가상화폐 1113개가 등록돼 있고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1282억달러를 넘어섰다. 원화로 환산하면 168조6300억원 선으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224조원)의 80% 수준이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가상화폐 미래에 대해서도 극단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한쪽에서는 가상화폐가 미래의 부를 창출하는 '디지털 골드'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과거 네덜란드 '튤립 투기'처럼 곧 꺼질 거품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충돌하는 양상이지만 가상화폐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는 이들 모두 동의한다. 가상화폐 광풍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상화폐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호재와 악재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반복되는 점은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가상화폐 가치는 올해 초 이후 최근까지만 해도 300% 넘게 폭등했다가 최근 중국 정부가 투기화하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월가 전문가들도 가상화폐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폭락하고 있다. 지난 8월 500만원을 넘겼던 비트코인 가치는 현재 420만원 안팎으로 떨어졌고 40만원대를 돌파했던 이더리움도 3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은 사기"라며 "비트코인의 결말은 좋지 않을 것이고, 튤립 거품보다도 더 나쁘다"고 경고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도 지난 13일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비트코인이 광범위하게 쓰일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지만 정부가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치는 현재의 절반이나 3분의 1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금융당국도 신종 가상통화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ICO(Initial Coin Offering)를 불법화하는 등 광풍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상화폐에 브레이크를 거는 모습이다. 한국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화폐·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며 불법 거래를 엄중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가상화폐 가치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려면 실제 상품 구매 등 가상화폐 사용처가 확대되고 정부가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가상화폐의 현재 가치보다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하는 일종의 주식투자나 마찬가지다. 현재까지는 투자보다 투기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상화폐전문가 빈현우 대표는 "가상화폐는 단기적 시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산업 발전의 긴 흐름을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시세 차익만 노린 투자는 도리어 큰 손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에 충분히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지성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생 모은 재산 5억원이 있는데 비트코인에 투자해도 될까요?"
가상화폐(가상통화) 투자 열풍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주 국내 최초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블록스'를 찾은 기자에게 한 노부부가 말을 걸었다.
노부부는 기자를 거래소 관계자로 착각했는지 "비트코인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며 투자를 도와달라고 했다. 남편 김 모씨(68)는 "친구가 올해 초 비트코인에 5000만원을 투자했는데 1억원을 넘게 벌었다고 해 거래소를 찾았다"며 "가진 종잣돈을 전부 투자해 큰아들 신혼집 마련 자금에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한쪽에는 주부 최 모씨(44)가 앉아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었다. 최씨는 지난 5월부터 가상화폐 '이더리움'에 투자했는데 5000만원가량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또 다른 가상화폐인 '리플'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친구들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가족도 모르게 투자했는데 큰 손실을 봐서 걱정"이라면서도 "가상화폐는 한번 오르면 수십 배 오르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금방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여의도에 오픈한 블록스는 가상화폐 거래업체 코인원이 오프라인에서 가상화폐 거래는 물론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가상화폐 체험 공간이다. 이곳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코인원에서 거래할 수 있는 가상화폐 6종의 시세 차트가 실시간으로 뜬다.
지난해 말 여의도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대신증권 주식시세 전광판이 사라진 이후 가상화폐 전광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코인원에 따르면 오픈 이후 하루 평균 40~50명의 투자자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로그인에 어려움을 겪다가 분당에서 이곳까지 찾아온 김 모씨(53)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보던 것을 직접 설명을 들으니 신뢰가 간다"며 "보안 문제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어떻게 대응 중인지 설명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블록스 상담원은 "은행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창구 상담 수요가 남아 있는 것처럼 가상화폐 거래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블록스를 찾은 인근 금융사 직원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한 증권사 직원 정 모씨(34)는 "주변에서 코인 투자로 거액을 벌어들였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해보고 싶어서 찾아왔다"며 "업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퇴근 이후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한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거래소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서울 여의도역 인근 에스트레뉴 빌딩 3층에 자리한 가상화폐 오프라인 체험 공간 `블록스`에서 코인원 관계자들이 가상화폐 시세를 점검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최 모씨(39)는 최근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 전문투자자들의 요청을 받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최씨는 "중국이 가상거래소 몇 개를 제외하고 다 폐쇄한다는 방침을 내리면서 중국 전업투자자들이 한국 거래소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중국 내 규제로 많은 중국 투자자들이 이미 중국 당국 영향을 받지 않는 해외 거래소로 이주했거나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 사용 가능 여부와 은행 계좌 개설 등에 대해 문의하고 자리를 떠났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이미 재테크족을 넘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뜨겁게 확산되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이 지속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5일 카카오가 투자한 '두나무'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다음달 개설한다고 밝혔고, 다음날에는 넥슨이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912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28일 현재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는 가상화폐 1113개가 등록돼 있고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1282억달러를 넘어섰다. 원화로 환산하면 168조6300억원 선으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224조원)의 80% 수준이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가상화폐 미래에 대해서도 극단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한쪽에서는 가상화폐가 미래의 부를 창출하는 '디지털 골드'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과거 네덜란드 '튤립 투기'처럼 곧 꺼질 거품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충돌하는 양상이지만 가상화폐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는 이들 모두 동의한다. 가상화폐 광풍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상화폐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호재와 악재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반복되는 점은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가상화폐 가치는 올해 초 이후 최근까지만 해도 300% 넘게 폭등했다가 최근 중국 정부가 투기화하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월가 전문가들도 가상화폐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폭락하고 있다. 지난 8월 500만원을 넘겼던 비트코인 가치는 현재 420만원 안팎으로 떨어졌고 40만원대를 돌파했던 이더리움도 3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은 사기"라며 "비트코인의 결말은 좋지 않을 것이고, 튤립 거품보다도 더 나쁘다"고 경고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도 지난 13일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비트코인이 광범위하게 쓰일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지만 정부가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치는 현재의 절반이나 3분의 1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금융당국도 신종 가상통화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모으는 ICO(Initial Coin Offering)를 불법화하는 등 광풍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상화폐에 브레이크를 거는 모습이다. 한국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화폐·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며 불법 거래를 엄중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가상화폐 가치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려면 실제 상품 구매 등 가상화폐 사용처가 확대되고 정부가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가상화폐의 현재 가치보다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하는 일종의 주식투자나 마찬가지다. 현재까지는 투자보다 투기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상화폐전문가 빈현우 대표는 "가상화폐는 단기적 시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산업 발전의 긴 흐름을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시세 차익만 노린 투자는 도리어 큰 손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에 충분히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지성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