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무용빌딩 시장 불안에…부동산대출채권펀드 10년만에 재등장
입력 2017-09-26 17:47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자취를 감췄던 공모형 부동산 대출채권 펀드가 10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최근 공모형 부동산 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인 사무용 빌딩과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해지면서 보다 안정적인 부동산 대출채권 펀드가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 부동산 대출채권 펀드는 부동산 매입이나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기존 대출을 차환해 주고 이자수익을 얻는 펀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날부터 이틀간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형 부동산 대출채권 펀드인 '이지스부동산투자신탁145호'를 판매한다. 전체 모집금액은 480억원이며 최소 가입금액은 500만원이다. 앞서 출시된 공모형 부동산펀드와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선순위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대수익률은 연간 4% 초반대다.
투자 대상은 세종시 나성동과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의 개발사업이다. 나성동 사업은 총 1000억원을 들여 6000㎡ 용지에 지하 2층~지상 12층 규모의 오피스텔과 판매·문화 시설이 공존하는 복합시설을 세우는 프로젝트다. 완공 예정 시기는 2019년 5월이다. 총 사업비는 500억원으로 지하 3층~지상 20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짓는 화양동 사업도 2019년 7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두 사업의 선순위 대출채권 규모는 각각 285억원, 195억원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모형 부동산펀드가 잇달아 '완판'되는 등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 공모형 부동산펀드에 비해 기대수익은 낮지만, 안정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이번 상품에도 많은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무용 빌딩이나 호텔 등을 매입하는 공모형 부동산 펀드는 재작년부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위험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무용 빌딩의 경우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포화 상태에 이르러 최근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점, 호텔은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만일 추후 펀드 만기 때 시장 침체로 매입한 빌딩이나 호텔이 제 가격에 팔리지 않으면 펀드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부동산 대책도 부동산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건물을 직접 매입하는 구조의 부동산 펀드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대출채권 펀드가 10년 만에 재등장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공모형 부동산 대출채권 펀드 시장이 활발했다. 기관투자가는 물론이고 개인투자자들이 앞다퉈 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개발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분양이 중단되거나 사업권이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자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개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하나UBS클래스원 펀드'가 대표 사례다. 이후 한동안 공모형 부동산 대출채권 펀드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개발 시장은 활황을 지속하다가도 기세가 꺾이는 순간 곧바로 침체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혜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