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1969년 미국 정찰기 격추 전례…"현재 격추능력은 의문"
입력 2017-09-26 11:38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전략폭격기를 격추하겠다고 협박하면서 긴장감이 정점을 찍었다.
미국의 전문가들과 언론은 이번 발언이 "완전 파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나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같은 다소 두루뭉술한 위협과 달리 구체적인 방법과 대상을 적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위협은 평양과 워싱턴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가능한 무력 충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공포를 더욱 키웠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리 외무상의 언급을 단순히 '말로 하는 공격(verbal volleys)' 이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구재회 소장은 "미국은 북한과 일종의 충돌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와 있다"면서 "우리가 이 길을 계속 간다면 우발적인 교전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실제로 미군기를 격추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리처드 닉슨 전 행정부 시절인 1969년 4월14일 북한 청진 동남쪽 공해상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미 정찰기 EC-121기가 북한 미그기의 미사일에 맞아 추락, 승무원 31명이 전원 사망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핵공격까지 검토했으나 보복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후에도 북한은 1994년 미 육군 헬리콥터를 격추해 조종사 1명을 숨지게 하고 나머지 1명을 억류했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그들(북한)이 미국 비행기 격추에 대해 진지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단순한 위협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위트 선임연구원은 "당신이 치킨게임을 하고 싶다면 북한은 게임을 같이 하기에 적합한 상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만약 어떤 식으로든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과거 어느 때보다 참혹할 가능성이 크다. LAT는 1969년 미 정찰기 격추 사례를 들며 "만약 똑같은 유형의 사건이 오늘 벌어진다면 아시아 대륙을 에워쌀 더 큰 한국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높아지는 충돌 위협 속에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해법을 후순위로 미루면서도 이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며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미 전쟁학연구소(ISW)가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전쟁을 피하기를 바라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력 충돌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큰 북한의 미군기 격추 엄포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NYT는 "오늘날 북한이 자신의 위협을 실행할 능력은 제한적"이라며 공군 전력 노후화와 훈련 부족, 연료 부족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북한이 실제로 미국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전문가들은 의심하고 있다고 전하며, 소련 시대에 머무르는 북한의 공군 전력은 미국과 동맹국에 별 위협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미 특수전사령부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학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FP에 "북한의 어떤 항공기도 우리의 호위 전투기를 성공적으로 맞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그들의 전투기가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에게는 훌륭한 조종사들이 아주 많다"고 자신했다.
FP에 따르면 북한은 소련 시대에 만든 지대공 미사일 수천 발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B-1 또는 B-2 폭격기는 이들 미사일을 추적해 전파로 방해하거나 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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