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코드 맞출테니 신사업 허용해달라
입력 2017-09-24 18:30 
은행들이 비대면 거래 확대로 인력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도 채용 규모를 예년보다 늘리고 있다. 또 서민·중소기업을 위한 대출 문턱을 낮추는 등 신정부와 금융당국의 포용적·생산적 금융과 일자리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그러면서 물밑에서 반대급부로 종합금융업과 투자일임업 확대 등 신사업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놓고 보상을 요구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은행권이 신정부와의 코드 맞추기에 적극적인 만큼 풀어줄 것은 풀어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출현으로 은행의 고유 먹거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은행의 신사업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기존에 은행이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업을 허용하는 금융겸업화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신탁업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정책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직접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투자일임업과 종금업 등 신사업 허용을 요청했다.
은행권이 요구하는 투자일임업은 은행이 알아서 고객 자산을 투자한 뒤 올린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는 자유롭게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지만 은행 투자일임업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운데 일임형 상품에만 한정해 할 수 있다. 은행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은행 일임업 규제가 은행 로보어드바이저 같은 비대면 투자상품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은 인공지능(AI) 판단에 따라 실시간으로 수익률이 높은 투자종목을 좇아 투자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일임업이 허용되지 않다 보니 현재 국내 은행들이 내놓은 로보어드바이저는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려면 일일이 고객 동의를 받은 후에야 가능해 발 빠른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게 은행 주장이다.
종금업 허가도 요구하고 있다. 예금과 비슷한 기능을 갖춘 발행어음 판매, 회사채 인수·중개를 은행도 할 수 있게 풀어달라는 것이다. 특히 올 들어 정부가 초대형 IB에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허용해 사실상 증권사에 은행 고유의 수신업과 유사한 업무를 허가해준 만큼 은행에도 비슷한 수준의 '당근'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탁시장 확대에 맞춰 대표적인 일임형 신탁상품인 불특정금전신탁 판매 권한을 은행에 다시 돌려주고 개인연금보험과 장기저축성보험밖에 못 파는 은행 방카슈랑스 채널 취급 항목을 종신보험, 자동차보험 등 보장성보험으로 확대시켜 달라는 주문도 하고 있다.
이처럼 업무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은행권은 올 들어 적극적으로 정부 시책에 부응하고 있다. 올해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은 신규 채용인원을 지난해(1380명)의 2배에 가까운 2350명으로 확 늘렸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은 새 정부 움직임에 맞춰 하반기 공채 인원을 과감히 확대한 것이다. 오프라인 점포 숫자를 줄이는 상황에도 굳이 신규 직원 숫자를 늘린 것은 '대정부 어필용' 성격이 강하다는 진단이다. 국민은행은 기초생활수급권자와 34세 이하 청년실업자 등 취약계층 연대보증 채무를 감면하고 소멸시효가 끝난 98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소각하고 나섰다. 또 우수 중소기업에 투자자로 참여하거나 중기 전용 중금리대출을 만드는 등 정부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도 발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업별) 업무 영역을 넓혀주는 게 필요하다"며 "갈등을 줄여가면서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를 위한 진입 규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데, 연말께 업권별 신사업 허용 등을 포함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