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감원 채용비리 금융권 집어삼키나
입력 2017-09-22 15:56  | 수정 2017-09-22 17:17
신입 직원 채용비리로 감사원의 철퇴를 맞은 금융감독원에 대해 검찰이 22일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 수사가 공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금감원은 물론 채용비리 단초를 제공한 타 금융기관의 채용 청탁 관련자들이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인가를 두고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 채용비리에 경제관료 출신 모 금융지주사 대표와 수출입은행 고위 임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채용비리가 금융권 전반이나 관가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총무부와 감찰실 등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금감원에 수사관을 보내 11층 서태종 수석부원장실과 14층 총무국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서 수석부원장 휴대전화와 총무국 컴퓨터 등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같은 날 서 수석부원장과 각각 전직 총무국장 출신인 이병삼 부원장보 그리고 또 다른 이 모씨 등 현직 간부 3명의 주거지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들 현직 임원 3명은 2016년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임의로 채용 기준을 바꾸거나 계획보다 채용 인원을 늘리는 식으로 부적격자를 선발한 혐의(업무방해·직권남용 등)를 받고 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애초 채용 계획과 달리 채용했거나 경력 확인 없이 채용했는지, 채용 예정 인원을 늘렸는지 등 추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 10월 말 당시 금감원 총무국장 이 모씨는 '지인'으로부터 "2016년 신입 직원 채용시험 지원자 A씨가 필기전형에 합격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하는 전화를 받은 뒤 채용 담당자에게 메신저로 해당 지원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주고 합격 가능 수준인지를 물었다. 이 국장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는 보고를 받은 뒤 3개 분야(경제·경영·법학) 채용 예정 인원을 각각 1명씩 늘리라고 지시했다. A씨는 경제학 분야에 지원했는데 필기전형 합격자는 채용 예정 인원 11명의 2배수인 22명까지였고 A씨는 23위로 탈락할 상황이었다. 결국 A씨는 이 국장의 지시에 따라 필기전형에 추가로 합격했고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당시 김수일 부원장보와 서태종 수석부원장은 이를 결재했다.

20일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이후 이번 채용비리에 금융관료 출신 금융지주사 대표 B씨와 수출입은행 고위 임원 C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씨는 이번 채용비리로 합격한 금감원 직원 A씨의 부친이다. B씨가 수출입은행 행장을 맡던 시절 C씨는 행장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 B씨는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채용비리 청탁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C씨 역시 자녀 채용 시점을 전후해 어떠한 부적절한 전화통화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국장은 감사 과정에서 A씨 합격과 관련해 "아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면서도 "누군지는 정확히 기억 못 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소명 과정에서 전화한 지인이 누구인지 밝혔고, 감사원은 이 내용을 검찰에 수사 자료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채용비리의 발단이 된 청탁자를 둘러싼 논란은 2014년 6월 발생한 또 다른 금감원 채용비리인 '변호사 채용비리' 때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금감원 변호사 경력직 채용전형에 로스쿨을 막 졸업한 전직 임 모 국회의원 아들 D씨가 지원했고 금감원은 맞춤형 항목을 신설해 D씨를 채용했다. 임 전 의원은 당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행정고시 동기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최 전 원장과 임 전 의원의 개입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그리고 서울 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지난 13일 1심 판결에서 윗선의 지시를 받고 D씨를 고용하도록 한 김수일 부원장과 이상구 부원장보에게만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면서도 류 판사는 최 전 원장 등에 대한 검찰 불기소 처분 결정에 대해 "행위를 하게 한 방아쇠는 따로 있다"면서 "그 부분에선 처벌하지 못하는 게 있으므로 이 사건에 대해서 미완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석우 기자 / 박윤예 기자 / 양연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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