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글, HTC 인수…하드웨어 강화 포석
입력 2017-09-21 16:22 
구글의 신 하드에어 전략인 `메이드바이 구글`을 처음으로 알린 `픽셀` 폰. 이 제품을 HTC에서 만들었다. [사진 = 구글]

구글이 스마트폰, 구글 홈 등 하드웨어 분야 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대만의 스마트폰 회사 HTC의 일부 사업을 11억달러(약 1조246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애플,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추구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일체 사업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HTC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와 픽셀폰 개발 인력 일부를 11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HTC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딜)은 HTC 사업 전체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며 HTC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도 아니다. 구글이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를 직접 제조하는데 필요한 지적재산권(IP)과 개발 인력만을 인수하는 어콰하이어(Acquihire=acquire+hire)에 가까운 딜이 됐다. 인수액은 모두 현금으로 지급되며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어 내년 초 거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HTC도 인력 일부를 구글에 넘기지만 나머지 인력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막대한 현금을 확보, 가상현실 기기 '바이브'에 추가 투자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여력도 생겼다. NYT는 약 4000명인 HTC의 개발 인력 절반인 2000명 정도가 구글로 갈 것으로 분석했다. 구글에 합류할 인력은 구글이 지난해 선보인 '픽셀폰'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 들이다.

구글이 이처럼 '알맹이'만 인수한 이유는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구글은 지난 2016년부터 자체 제작 스마트폰 '픽셀'과 '픽셀XL'을 선보이며 '메이드 바이 구글'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내달 4일에는 후속작 '픽셀2'와 '픽셀XL 2'를 공개할 예정이다. 음성 인식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과 가상현실(VR) 헤드셋 '데이드림' 등 하드웨어 제품도 계속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애플·삼성전자 등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면서 사실상 양강 체제를 굳히자 구글도 소프트웨어, 인터넷 만으로는 한계를 느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구글은 앞으로 스마트폰 외에도 인공지능 기반 하드웨어를 계속 개발,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 기반 하드웨어 사업을 위해서 회사(HTC)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핵심 개발 인력과 IP를 인수해서 자체 생산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릭 오스텔로 구글 하드웨어 부문 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HTC와 맺은 이번 협약은 '메이드 바이 구글' 제품군의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텔로 사장은 모토로라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구글이 2016년 하드웨어 부문 총괄 책임자로 영입한 인물이다.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CNBC는 "이번 계약으로 구글은 스마트폰과 VR 분야의 야심을 성공시킬 기반을 마련했고 HTC는 즉각 현금을 받아서 부진을 겪고 있는 주요 사업 분야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WSJ도 "구글 안드로이드 팀과 HTC 스마트폰 팀이 협력, 진화된 스마트폰을 선보일 수 있다. 삼성과 애플이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구글이 2012년 하드웨어 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당시에도 하드웨어 사업 강화를 목표로 125억달러(약 14조1612억원)에 모토로라를 인수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2014년 중국 레노버에 인수 금액의 25% 수준인 29억달러(약 3조2851억원)에 재매각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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