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그가 보낸 `호감 신호`, 눈치챘나요? (feat. 양재웅 정신과 전문의)
입력 2017-09-21 16:19  | 수정 2017-09-21 17:02
남녀가 무의식적으로 주고받는 '호감 신호'에 대해 듣기 위해 지난 20일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W진병원에서 양재웅 원장(35)을 직접 만났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관심 있는 상대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한다(미러링 효과), 호감 있는 이성 앞에서 여성은 목을 드러내거나 쓰다듬는다(경동맥 법칙), 호감이 가는 쪽으로 배꼽이 향한다(배꼽의 법칙)···.
최근 남녀들이 '썸'타는 걸 지켜보며 러브라인을 추리하는 프로그램에서 양재웅 정신과 전문의(W진병원 대표원장)는 이 같은 법칙들을 소개했다. 호감 가는 상대를 보면 본인도 모르게 특정 행동을 한다는 것.
평소 '내 짝 만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고 생각해왔던 에디터는 남녀가 무의식적으로 주고받는 '호감 신호'에 흥미를 느꼈다. 이에 에디터처럼 이성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듣기 위해 지난 20일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W진병원에서 양재웅 원장(35)을 직접 만나봤다. 그는 "상대방이 보낸 호감신호 중 가장 기본적인 건 '경청'"이라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배려'"라고 말했다.
ㅡ호감 있는 상대에게 보내는 신호에는 어떤 게 있을까.
▷호감신호 중 가장 기본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이다. 특히 경청은 여성들이 주로 보내는 신호다. 남녀가 소개팅 등의 자리를 통해 만났을 경우 남성은 이성이 마음에 들면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여자가 내 얘기를 잘 듣고 있는지를 관찰한다. 여성은 남성의 말에 경청하고 공감함으로써 본인을 어필하는 경향이 있다.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를 쳐다보게 되지 않나. 이때 상대의 마지막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다면 호감이 있다는 표시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 눈이 마주치면 쑥스러워 피하기도 한다. 그런데 피했다가도 결국 나를 쳐다본다면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호감 있는 상대의 행동을 따라하는 '미러링 효과' 역시 상대를 응시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움직일 때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는데 상대를 유심히 쳐다보다 보면 그 행동을 마치 내가 하는 것처럼 해당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따라서 상대의 행동을 모방하게 되는 것이다. 미러 능력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공감 능력을 측정할 때 이용하기도 한다.

ㅡ남녀가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이 있다면.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당당하게 보이려고 한다. 허리를 세우고 어깨를 펴 몸집을 커 보이게 만들고 본인은 사교적이며 영향력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한다. 자주 가던 가게에 여성을 데리고 가는 행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여성들 역시 남성의 이런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여성의 경우 경동맥·경정맥이 있는 목과 손목 등 연약한 부위를 노출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포유류의 습성 중 하나인데 가장 연약한 부위를 상대에게 드러내 보임으로써 '나는 당신의 사람이 될 마음이 있다'는 속뜻을 내비치는 것이다.
확실한 이론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몸짓의 심리학'이라는 책에는 여성이 본인의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하는 행동들에 대한 설명이 있다. 여성이 술을 마실 때 잔을 만지작 거리거나 혀로 입술을 축이고 스스로 몸을 만지는 등의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잔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기 때문에 성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ㅡ반대로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하는 행동은?
▷호감 신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이성에게 끌리지 않는다거나 연인 사이에 권태기가 찾아오면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게 된다. 눈을 마주치는 횟수와 시간도 줄어든다. 또 스킨십에 선을 긋거나 정서적 거리감을 두게 된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볼 순 없지만 경계의 의미를 나타내는 제스처가 있다. 특히 여성이 팔짱을 끼거나 본인의 팔을 몸 앞쪽에 놓는다면 상대를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진 제공 = W진병원]
ㅡ이성의 마음은 항상 헷갈린다. 좀 더 확실한 신호를 알려달라.
▷여성의 입장에선 남성이 한결 같이 행동하는지를 보길 바란다.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길 원한다면 특히 이 부분은 중요하다. 상대가 초반에 '너 밖에 없다'며 푹 빠진 모습을 보이고 여성에게 올인한다면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취미생활을 비롯해 자기 생활이 별로 없는 사람은 본인의 에너지를 쏟을 만한 특정 대상이 필요한 거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좀 지나면 에너지를 쏟을 다른 대상을 찾는 성향이 강하다. 건강한 관계를 맺기엔 부적절한 사람이다.

ㅡ'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그당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남성이 여성에게 정말 반했다면, 특히 초반이라면 온힘을 다해 잘해주려고 하지 않을까.
▷소위 간보는 경우와 판가름해야 한다. 남성이 당신에게 반했다면 헷갈리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툭툭 찔러보지 않고 진지하게 만나자고 얘기를 한다. 만나자고 한 이후 나에게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살펴봐야 한다. 앞서 말했듯 한결같은지를 말이다.
남성이 나를 진짜 좋아하는건지 아닌지 고민하다 겁을 내고 미리 마음을 접어버리는 여성들이 있다. 남성에 휘둘리지 말고 본인은 이 남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도권을 가지길 바란다. 이중적이지만 남성은 보호하고 싶고 순종적인 여성을 좋아하면서도 주체성·자율성을 갖춘 여성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ㅡ'여성의 속내가 아리송하기만 하다'는 남성들에게도 조언을 해달라.
▷여성들은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남성들은 여성의 말보단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이 있는 자리로 갔다면 호감이 있는 게 분명하다. 호감이 없다면 절대 그 자리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또 여성이 남성의 연락에 답장을 꼬박꼬박 한다든지 뜬금없이 뭘 물어보는 식으로라도 먼저 연락을 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높다. 남성은 '얘가 날 이용하는 거 아냐?'라고 의심하거나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지만 여성이 질문할 사람은 해당 남성말고도 많다. 굳이 먼저 질문을 했다는 건 강력한 신호다.
여성이 남성에게 등을 보인다면 남성은 '이 여성이 나를 의지하는구나'라고 이해해도 된다. 둘이 함께 길을 걸을 때 손등이 스친다든가 신체의 일부분이 닿는다면 우연이 아니다. 여성이 그 정도의 거리를 허용했기 때문에 부딪힌 것이다.
[사진 제공 = W진병원]
ㅡ스킨십 시기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
▷특히 여성들이 육체적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연애 초반 남성들은 잠자리를 매우 하고 싶어 하는데 여성들은 여기에 빨리 반응하면 본인을 쉽게 보지는 않을까, 자꾸 미루면 남성이 지쳐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를 걱정한다. 그런데 이는 여성의 매우 피동적인 생각이다. 이런 걱정을 하는 여성은 잠자리를 하고 난 후 본인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느껴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생각이다.
결코 성관계나 스킨십으로 상대와의 관계를 조절할 수 없다. 만약 두 남녀가 잠자리를 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치자. 과연 1년을 기다린 그 남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1~2년이다. 이때가 사람의 뇌에서 행복감과 만족감을 주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나오는 시기다. 이중 성욕이 지배할 수 있는 기간은 3~6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20대 초반 남성한테는 가급적 빨리 잠자리를 가져보라고 말할 때가 있다. 이 친구들 중에선 성에 대한 욕구가 너무 세서 가끔 성욕을 사랑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여성에 대한 마음을 커져가는데 사랑인지 성욕인지 구분을 못하는 거다. 오히려 관계를 갖고 나면 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ㅡ좋은 짝을 만나려면 혹은 좋은 짝이 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완급 조절을 해가며 서로의 교집합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안 맞는 걸 억지로 맞추려고 한다거나 잘못의 원인을 본인 또는 상대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마라. 이런 사이는 어차피 오래 못가 깨지기 마련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려를 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릇된 배려'를 하고 있는가, '올바른 배려'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상대에게 퍼준 다음에 '난 이만큼 해줬는데'라며 무언가를 바라는 실수를 흔히 저지른다. 이는 '난 너에게 이만큼 해줄 수 있다'는 자기 만족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본인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버겁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릇된 배려'인 것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해주기보다 상대의 얘기를 잘 듣고 필요한 것을 해줄 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이게 바로 '올바른 배려'다. 계산하지 않고 상대가 원하는 걸 해줄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김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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