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 월가 큰손 면담 "재벌개혁, 재벌해체나 경영권 억압 아니다"
입력 2017-09-21 14:01 

"재벌개혁이 재벌 해체나 소유·경영권을 억압하려는 게 아니다. 재벌의 지배와 의사결정을 비민주적 구조에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구조로 바꾸도록 하고,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자는 것이다. 오히려 이 것이 재벌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한국 경제에 활력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월가 투자자들로부터 '재벌개혁이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맨해튼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서 경제정책과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회장, 제이미 포레스 씨티그룹 사장, 대니얼 핀토 JP모건 사장, 헨리 크래비스 KKR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 리언 블랙 아폴로 회장, 댄 퀘일 서버러스 회장 등 200여 명의 글로벌 '큰손'들이 총출동했다.
문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환경 조성 질문에 대해 "새 정부의 경제개혁·재벌개혁·공정개혁이 기업활동을 제약하거나 반기업적 경제철학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더 공정하고 투명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기업하기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 것만으로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몇 퍼센트 끌어올릴 수 있다"며 "한국 새 정부가 이런 정책을 펴는 지금이 한국을 믿고 투자할 때이고 투자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핵리스크에 대한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은 "한국 경제는 북핵 도발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리지 않고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북핵 리스크에 민감한 주식시장만 해도 연초 대비 19% 포인트 상승했고 핵실험 후에도 주가가 2.3% 포인트 올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해 최고의 제재와 압박, 외교적·평화적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미국·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은 동맹이며 외교안보 중심인 미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더욱 굳건히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 역시 비중이 커졌고 중국은 북한에 대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이 또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이 분배에 관심많은 것 같다는 질문을 듣고 문 대통령은 "기존의 경제패러다임으로는 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능력을 높여주면서 내수를 진작시키고 그것이 새로운 경제성장의 길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배에 치중하는 게 아니라 바로 성장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덴 퀘일 서버러스 회장은 건배사를 통해 "한국과 미국은 64년간의 견고한 동맹관계를 가져왔고 더 견고하고 안정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며 "두 위대한 나라를 위해서 축배를 들겠다"고 말했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두번째 건배사에서 "저 같이 중장년 사람들은 한국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며 "세계 최빈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서 가장 번영한 국가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한미 간에 탁월한 우호, 우정관계, 파트너로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한국에 많은 투자를 앞으로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의미로는 문 대통령이 직접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졌다는 점"이라며 "특히 새 정부 출범과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도발로 인해 해외투자자들의 관심과 함께 약간의 우려가 있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했다"고 전했다.
[뉴욕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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