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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현장] `2심도 무죄` 박유천 고소女 "직업·신분 탓에 성폭행 당해도 되는 건 아냐"
입력 2017-09-21 12:07  | 수정 2017-09-21 13:43
송씨 측 변호인 이은의 변호사. 사진|한인구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가수 겸 배우 박유천(31)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허위 고소한 혐의로 피소됐다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송모씨가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송씨는 2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박유천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무고 고소 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씨의 변론을 맡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 측은 30분 전부터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송씨는 앞서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해 사진 촬영에 동의하지 않아 현자에는 송씨를 위한 가림막이 설치됐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공식적인 입장을 전할 수 있는 자리는 판결이 난 뒤 밖에는 없다"며 "가해자의 비방을 위해 기자회견을 여는 것이 아니다.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는 억울한 피해자를 위해 발언을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2015년 12월 자신이 일하는 유흥주점에서 지인들과 손님으로 온 박유천이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했다며 이듬해 6월 박유천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박유천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박유천은 송씨를 상대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음에도 고소했다'며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송씨가 한 방송 프로그램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기소했으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의 평결로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불복해 항소했고, 1심과 같이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이날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 변호사는 "저와 송씨에 대한 악성 댓글이 반복적으로 달리고 있다. 피해 여성 실명과 나이에 대한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고 있는 분들도 있다"며 "박유천이 출연한 '성균관스캔들'에서는 '삐뚤어진 화살은 과녁을 맞힐 수 없다'라는 대사가 있다. 그릇된 방법은 옳지 못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항소심에서는 자세한 이유와 함께 무죄 선고가 났다. '유흥업소'라는 표현이 성매매업소처럼 인식된다. 유흥업소에 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를 했다는 오해를 받은 것이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피고인은 사건 당시 가해자가 너무 유명한 연예인이라 세상이 자신을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있었고, 이후 살아가면서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기에 신고를 철회했다"며 "당시 사용했던 생리대를 6개월 가까이 보관하는 등 내적갈등을 겪다가 TV에서 첫 번째 고소 여성이 자신과 비슷한 일을 당해 신고했다는 뉴스를 보고, 지난해 6월 14일 고소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박유천 측은 두 번째 신고 여성이라고 불리는 이번 사건 피고인을 무고와 언론출판 등에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수사기관의 기울어진 잣대 속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토로했다.
송씨는 이날 가림막 뒤에 앉은 채 마이크를 통해 목소리만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송씨는 "고소를 한 뒤에는 무고로 역고소가 들어왔다. 제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았던 일이었기 때문에 무고죄로 재판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성매매와 무관한 유흥업소였다. 출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며 "떳떳하게 사건에 대해 인터뷰했지만, '한류스타가 뭐가 아쉬워서'라는 댓글을 봤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 맞나' 싶었다. 수사기관에서는 나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며 "구속영장 실질심사 후 서울 구치소에 옮겨졌다. 자정이 돼서야 구치소를 나오는 참담함이 아직까지 남아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송씨는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했던 말을 보여드리고 싶다. 앞뒤가 맞지 않는 가해자의 말을 수사기관이 왜 믿는지 모르겠더라. 유흥업소 직원도 그 이전에 평범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송씨는 "피해자 4명이 연달아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그러나 이들이 유흥업소 직원이라고 해서 성매매를 인정하는 현실이 답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을 받으러 갈 때마다 한쪽에서는 '꽃뱀이다' '술집년'이라고 수근거렸다"며 "무고죄로 재판을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슬펐다. 제 신체의 일부에 대한 얘기가 재판장에서 오고가는 것을 들으며 괴로웠다"고 했다.
이어 "가해자는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것인지, 맹목적인 팬들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지 모르겠다"며 "재판장에서 제 눈을 피하던 가해자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무죄를 받아 기쁘지만 마냥 기쁜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송씨는 "그 사람의 직업이나 신분 때문에 강간 당해도 되고, 신고하면 무고라고 단정되면 안 된다는 말을 이 자리를 통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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