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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수의 ‘진짜’ 부활…아팠지만 이겨냈다
입력 2017-09-21 06:05 
배영수에게 2017년은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시즌이었다. 그러나 시련을 이겨냈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7년은 배영수(36·한화)에게 꽤 의미 있는 시즌이다.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다사다난 했다. 다시 일어서기까지 꽤 험난했다. 단 1경기도 뛰지 않았던 지난해보다 더 힘들었던 시간이다.
배영수는 지난 20일 시즌 7승째(7패)를 거뒀다. 현역 최다 승 투수인 그는 135번째 승리투수가 되기까지 102일이 걸렸다. 오래 걸렸다는 표현을 쓰기가 어렵다. 2000년 프로에 입문한 그의 승수 쌓기 중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시기도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배영수는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나흘 만에 말소됐다. 구위 및 구속이 다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기까지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은 야구가 참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슬라이더 감이 좋아, 예년과 다를 것 같던 배영수는 다시 일어섰다. 올해 7승을 수확했다. 그리고 목표였던 150이닝에 미치지 못했으나 123이닝을 소화했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커리어 하이다.
평균자책점도 4.98이다. 지난 달 팔꿈치 통증 회복 이후 등판한 5경기 평균자책점은 2.20에 불과했다. 현재 한화 선발진에서 가장 듬직한 투수가 배영수다. ‘한물갔다라는 오명도 깨끗이 씻었다.
배영수는 진짜 부활했다. 그는 최근 상당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올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으나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했다.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가 실력으로 쌓아왔던 ‘공든 탑마저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까지 했다.
배영수는 착잡했다. 그는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나 그 동안 정면승부만 펼쳤다. 비겁하게 승부를 한 적이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마운드 위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했다. 그러면서 이겨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분명 좋아졌다. 그러나 승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툭툭 털어내야 했지만, 그의 발목과 어깨는 더욱 무겁기만 했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꽤 기나긴 터널이었다. 그러나 끝이 막혀있지 않았다. 걷다 보면 출구에 다다르게 됐다. 유도등이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 걸어 나가야 했다.
시련은 아프고 힘들지만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배영수는 이겨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지만, 흠 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7⅔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1실점.
배영수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자신의 실력으로 만들어 낸 승리였다”라고 호평했다. 박용택에게 홈런을 맞지 않았다면, 그의 욕심과는 별개로 12년 만에 완봉승 기회도 주어질 수 있었다.
지난 2월 인터뷰에서 올해 같이 마음 편히 준비하는 시즌이 없다”라던 배영수였다. 올해 그는 자신의 이름을 다시 각인시켰다. 하지만 결코 마음이 편한 시즌이 아니었다. 정신적인 고통이 컸다고 고백했다. 수술 이후 신체적으로 힘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이었으리라.
배영수는 자신의 다짐대로 시련을 이겨냈다. 그리고 당당히 어깨를 폈다. 그는 LG전 승리를 이끈 뒤 팬의 찬사가 쏟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배영수의 통산 135번째 승리는 그 어떤 승리보다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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