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웃주민 반발로 표류하는 재건축
입력 2017-09-20 17:39  | 수정 2017-09-20 20:09
철거작업 중인 서울 강동구 길동 신동아3차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 제공 = 신명초등학교 학부모위원회]
서울 강동·송파, 경기 과천 등 재건축이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지역에서 주민 반발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서 각종 재개발·재건축이 표류하고 경기도에서 신규 택지개발이 중단된 가운데 이웃 주민과의 마찰로 공사가 지체되는 사례까지 더해져 우려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공사는 최근 전면 중단됐다.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요구에 따라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이 지난 8~9일 샘플링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가동에서 소량의 석면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안양지청은 지난 13일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석면을 전수 조사해 다음달 13일까지 보고하라고 조합에 행정명령을 했다. 조합 관계자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주거동 공사를 중지시킨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법적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곳곳에서 재건축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에서도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 진통을 겪고 있다. 신명초등학교 및 병설유치원과 신명중학교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5일부터 강동구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길동 신동아3차 재건축단지 진출입로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등하원길인 명일로24길 방면으로 나면서 교통사고 발생 우려가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명일로24길은 신명유치원과 신명초등·중학교 정문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길이다. 매일 학생 1350명이 지나다닌다. 차도와 인도가 분리돼 있긴 하지만 경사가 져 있는 탓에 지금도 아이들과 차량 간 사고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366가구가 입주하는 신동아3차 재건축단지가 준공돼 차량 통행이 증가하면 더욱 빈번한 교통사고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여현전 신명초등학교 학부모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스쿨존인데도 학교와 협의조차 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재건축이 추진됐다"며 "구청이 학부모들 애원을 외면하면 아이들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등교 거부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동아3차 재건축단지는 4차선 도로인 천중로와도 접해 있다. 서울시 재건축위원회는 천중로 방향으로 차량 출입구 위치를 내면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천중로에서 아파트 단지로 차량 진출만 가능하게 하고 진입은 명일로24길 방면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신동아3차 조합도 2차로인 명일로24길 대신 4차로인 천중로로 진출입로를 내고 싶어 했으나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이를 거부했다"며 "학부모 의견을 반영한 안으로 다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해도 결정이 번복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인 헬리오시티도 이웃 주민 반발로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일부 동의 공사가 지체됐다. 인근 동부센트레빌 주민이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공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보상금 수준을 놓고 양측이 장시간 줄다리기한 결과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하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을 피하기 위해 조합이 급하게 재건축을 추진하다 보면 이웃을 충분히 배려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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