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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킹스맨2’, 양복 벗고 ‘마블 슈트’를 입다
입력 2017-09-20 07:02  | 수정 2017-09-20 08:3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무려 14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다행히 지루할 틈은 없다. 다양한 캐릭터와 폭발적인 액션, 업그레이드 된 재치와 유머, 풍성한 볼거리까지 모든 면에서 한껏 화려해졌다. 다만, 영국 젠틀맨표 철학 대신 아메리칸 히어로 물을 보는 듯 익숙한 정서가 강하게 느껴진다. 겉은 진화했지만, 속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랄까.
지난 19일 올해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킹스맨2: 골든 서클(이하 ‘킹스맨2)이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비밀리에 세상을 지키는 영국 스파이 조직 ‘킹스맨이 국제적 범죄조직 골든 서클에 의해 본부가 폭파당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만난 형제 스파이 조직 스테이츠 맨과 함께 골든 서클을 막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한 층 화려해진 ‘킹스맨2는 액션 블록버스터다운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지만, 전작의 확장이라기 보단 할리우드 히어로물의 명가인 마블화가 된 느낌이다.
전작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2015년 첫 선을 보였을 당시, 612만9681명의 관객이라는 수치적 흥행과는 별개는 익숙하게 봐왔던 할리우드 액션 대작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철학과 개성으로 스파이 액션 장르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극찬이 쏟어졌던 터라 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컸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비주얼 만큼은 속편을 훌쩍 뛰어 넘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휘몰아치는 명불허전의 센세이셔널 액션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볼거리. 젠틀맨 스파이로 성장한 에그시(태런 에저튼 분)와 그를 찾아온 킹스맨 면접 탈락자 찰리(에드워드 홀크로프트 분)의 택시 카체이싱으로 시작해 악당 포피(줄리안 무어 분)와 범죄조직 골든 서클의 본거지 포피 랜드에서의 마지막 전투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액션 시퀀스는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다.
킹스맨의 애프터 셰이브, 스테이츠맨의 레이저 올가미, 포피랜드의 로봇 등 폭발적인 상상력으로 선보이는 신무기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다만 여성 타깃의 몸에 추적기를 다는 과정에서 선보기는 신형 추적기는 다소 불편함을 자아낸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대거 출연 또한 눈길을 끈다. 완벽하게 성장한 에그시와 그의 조력자이자 동료인 브레인 멀린(마크 스트롱 분), 반전의 컴백을 알린 해리(콜린 퍼스 분)를 비롯해 거친 상남자 에이전트 데킬라(채닝 테이텀 분), 침착한 기술 전문가이자 의사 진저 에일(할리 베리 분),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 에이전트 샴페인(제프 브리지스 분), 레이저 올가미로 완벽한 미국식 액션을 보여주는 에이전트 위스키(페드로 파스칼 분), 여기에 새로운 악당 포피(줄리안 무어 분)까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향연 덕분에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하나의 스토리에 할애하기 보다는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함축된 장면들과 에피소드들로 볼거리를 극대화 시킨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관은 다소 힘을 잃는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어벤저스와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경우 그들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하지만 이로 인해 전체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화 되고 이음새가 약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 킹스맨과 골드 써클, 킹스맨의 동료인듯 아닌듯 난해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스테히츠 맨까지 저마다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흘러가진 못한다. 무엇보다 에그시와 콜린의 브로맨스는 한 없이 약해져 반전의 컴백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유치하지만 너무나도 신선한 매력 때문에, 마술을 보는듯한 판타지틱 액션에 ‘젠틀맨의 철학이 녹아 있는 독특한 개성이 바로 ‘킹스맨에 열광하는 이유였지만 어쩐지 거대해진 몸집에 그 알맹이는 찾아 내기가 힘들다.
물론 지루할 틈 없이 141분을 정신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장르적 특성에 걸맞게 훌륭하게 완성됐다. 수치적 흥행 역시 충분히 기대해 볼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신선함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전작의 감동을 떠올리니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가 끝난 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콜린 퍼스의 음성과, 젊잖게 슈트를 빼입은 특별한 젠틀맨들의 잔상이 오래도록 떠오르던 당시의 기쁨을 다시금 기대했지만 이번에는 다시 만끽하기가 힘들 듯하다. 긴 러닝타임을 즐겁게 관람했음에도 불구,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9월 2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41분.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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