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T 종합세트` 원익, 반도체 호황에 주가 `업`
입력 2017-09-19 17:44  | 수정 2017-09-20 10:53
◆ 지주회사 집중분석 ⑤ ◆
반도체 장비·소재 중견기업인 원익홀딩스 주가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 들어 20% 이상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지주사 전환을 단행한 이후 지주사 체제 완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원익홀딩스의 일부 자회사 지분 매각과 증손회사 지분 추가 매입이 숙제로 남아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익홀딩스와 자회사 등 5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지주사 전환 이후 1년2개월여 만에 5405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주사 전환 기준일인 지난 7월 2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종가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주력 계열사인 반도체 장비업체 원익IPS 주가가 38.70% 늘었고 소재업체 원익머트리얼즈와 장비업테 테라세미콘 주가가 각각 14.88%, 21.38% 상승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돌입하면서 동반 수혜를 입게 된 것이다.
반도체 장비업체 테라세미콘 등 계열사들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용 장비와 소재 산업에 고루 포진해 있다. 원익그룹을 '정보기술(IT) 장비·소재 종합 선물세트'로 부르는 이유다. 원익홀딩스는 연결 자회사 실적 외에도 본업인 반도체 공정용 가스 부문에서 대량 수주를 이어가는 등 본업의 성장성도 나쁘지 않다.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사진)이 창업한 무역업체 원익통상이 원익그룹의 모태다. 대부분 계열사를 인수·합병(M&A)을 통해 일궈냈다. 원익홀딩스를 사업 지주회사로, 원익IPS, 테라세미콘, 원익머트리얼즈를 자회사로, 원익큐브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원익홀딩스와 자회사는 향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투자 확대 수혜가 기대된다. 지난 18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부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계 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2021년까지 메모리반도체와 올레드패널 생산에 21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도 2024년까지 15조5000억원 규모로 반도체 투자에 나선다. 다른 기업까지 합치면 예상 투자 규모는 52조원에 달한다.
원익그룹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와 임원 상당수가 삼성그룹 출신이며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의 매출 비중도 절대적이다.
그러나 지난 2분기부터 반도체 공정용 가스 매출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매출을 다각화하는 단계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404억원을 기록한 원익홀딩스는 올해 656억원, 내년에는 712억원을 영업이익으로 거두는 성장이 전망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상장한 자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부지런히 지분 매입에 나서 올해 초까지 자회사 지분율 확보에 주력했다. 그러나 2대 계열사 테라세미콘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분 확보가 어려웠다. 원익IPS와의 합병도 고려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 2월 테라세미콘 지분을 가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시간 외 대량매매방식(블록딜)으로 매입해 지주사 요건을 맞출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을 위해 남은 숙제가 있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는 모두 해결한 셈이다. 남은 문제 중 하나는 증손회사 나노이닉스(비상장)의 지분을 매입하는 문제다. 현행법상 지주회사의 지나친 확장을 막기 위해 증손회사에 대해서는 손자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게 돼 있다. 지난해 신소재 전문기업 나노이닉스를 인수할 당시 지분율이 70%였으나 지난 6월 말 기준 지분율을 83.15%로 끌어올린 상태다.
일부 비상장 자회사 지분도 매각해야 할 처지다. 공정거래법이 일반지주회사에 대해 금융회사나 보험회사의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원익홀딩스가 보유한 벤처캐피털 원익투자파트너스와 원익홀딩스·원익머트리얼즈가 가진 부동산 회사 국제전자센터빌딩제이차 지분을 팔아야 한다.
원익홀딩스 관계자는 "나노이닉스는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금융·부동산 계열사에 대해서는 내년 7월까지 아직 매각 시한이 남은 만큼 내부 논의 중이며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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