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8세기 유럽 바로크 왕실 문화의 정수
입력 2017-09-18 15:48 

1702년 7월 19일, 작센 선제후이자 폴란드 국왕 아우구스투스(1670~1733)는 스웨덴 군대와 싸우던 중에 군복과 마차 일체를 빼앗겼다. 1706년에는 스웨덴과 전쟁에서 다시 크게 패해 폴란드 왕위까지 잃는다. 3년 후 러시아 표트르 1세가 스웨덴 카를 12세 군대를 누르고 승승장구하자 이 기회를 활용해 마차와 무기를 되찾는다. 그러나 황금 자수를 수놓은 군복 왼쪽 무릎 밑자락이 잘려 있었다.
1709년 6월 아우구스투스는 덴마크 국왕 프레데리크 4세가 드레스덴을 방문하자 대규모 축제를 준비한다. 이 때 적국에게 빼앗겼던 군복과 똑같은 의례용 군복을 제작해 입었다. 잘려진 군복은 무기박물관에 소장했다. 아우구스투스는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1638~1715)를 동경해 황금 태양 가면을 만들기도 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강건왕 아우구스투스의 잘려진 군복과 태양 가면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과 공동으로 특별전 '왕이 사랑한 보물-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을 열고 있다.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을 대표하는 그린볼트박물관, 무기박물관, 도자기박물관의 소장품 130건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드레스덴을 18세기 유럽 바로크 예술의 중심지로 이끌었던 아우구스투스가 수집한 아름다운 예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예술품들에는 군주로서의 권위와 위엄을 과시하고자 했던 강건왕의 의지가 반영돼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화려한 바로크 예술의 진수가 깃들여 있다.
전시장에서는 강건왕 아우구스투스라는 인물을 분석하고 소개한다. 그가 드레스덴을 유럽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최고 수준의 예술품을 수집한 보물의 방 '그린볼트(Green Vault)'를 소개한다. 상아, 청동, 은 등 재질에 따라 분류한 각 방의 대표 전시품을 선보인다. 아우구스투스가 수집하고 제작한 도자기도 살펴볼 수 있다.

초고화질 사진을 이용한 연출 기법도 눈길을 끈다. 확대 사진 기술을 이용해 드레스덴 궁전 내부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전시공간을 연출해 관람객들이 실제로 궁전 안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왕이 중국과 일본 도자기를 어떻게 배치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개막일 19일에는 율리아 베버 도자기박물관장과 확대사진기술을 선보인 사진작가 외르크 쇠너의 특별강연도 개최된다. 11월 26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2월 9일부터 국립광주박물관으로 장소를 옮겨 내년 4월 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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