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장수 CEO`가 이끄는 증권사 장사 잘했네
입력 2017-09-17 17:25  | 수정 2017-09-17 20:25
임기 5년 이상 최고경영자(CEO)가 진두지휘하는 증권사들이 올해 10%가 넘는 자기자본수익률(ROE)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 사업 전략을 갖춘 증권사들이 다른 증권사보다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장수 CEO들은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은 줄이면서 기업금융(IB)이나 새로운 사업을 키워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의 순이익 합계는 1조3922억원에 달했다.
이들 증권사가 올해 상반기 만에 작년 전체 순이익(1조3731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이들의 순이익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10대 증권사 순이익이 2조원을 넘었던 것은 2007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코스피가 2000선을 넘으며 증권사들은 최고의 호황을 맞았고 고객들의 주식거래 수수료를 통해 안정적 수입을 거뒀다. 이처럼 증권사 체질 개선에 앞장선 인물들이 바로 장수 CEO 4인방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모두 해당 증권사를 올해 ROE 두 자릿수 반열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증권사의 ROE는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유 사장은 2007년 당시 47세라는 나이로 사장에 취임해 증권업계 최연소 CEO로 새바람을 일으켰다.
증권업계에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10년 이상 사장직을 맡은 경우는 유 사장이 유일하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1080억원) 대비 150.6% 증가한 2706억원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거액 자산 고객의 경우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신뢰성을 바탕으로 주거래 증권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에 1억원 이상 자산을 예탁한 고객은 지난 2분기 기준 7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6만5000명) 대비 11.5% 증가했다.
최 사장이 7년6개월째 이끌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도 실적 개선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최 사장의 취임 첫해인 2007년 81억원에 불과했던 순이익은 올해 344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순이익이 7년 새 42.4배나 급증하는 셈이다. 올해 ROE는 13.1%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07년(11.2%)보다 높아진 수치로 10대 증권사 중 ROE가 10년 전보다 오른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이 유일하다.
이 증권사는 다소 위험 부담이 큰 부동산 사업에서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최 사장은 그동안 벌어들인 이익으로 자기자본을 3조원 규모로 늘려 대형 IB 요건을 맞출 예정이다.
올해로 9년차 CEO인 권용원 사장이 이끌고 있는 키움증권 역시 매년 높은 수익성을 기록 중이다. 취임 첫해 키움증권의 순이익은 88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269억원으로 예상된다. 재임 기간 순이익이 2.6배나 상승한 것이다. 이 증권사는 온라인 거래 전문 증권사로 다른 증권사보다 고정비용이 적어 수익성이 높다. CEO가 바뀌지 않아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10대 증권사는 아니지만 김해준 사장이 9년째 이끄는 교보증권의 실적 성장세도 눈부시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366억원으로 취임 첫해(162억원)보다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김 사장은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사업 발굴에 골몰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다. 올 상반기에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장수 CEO가 이끄는 증권사들은 저평가 매력도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7.6배로 10대 증권사 중 가장 저평가돼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보면 메리츠종금증권이 1배 이하로 저평가돼 있다.
[문일호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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