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넷마블·펄어비스 가세…게임株 시총 첫 30조시대
입력 2017-09-17 17:02  | 수정 2017-09-17 20:22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게임업체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시총이 두 배 이상 퀀텀점프하며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넷마블에 이어 펄어비스가 연이어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등 시총 1조원 이상의 대형 게임업체가 증시를 노크하는 사례는 향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비중이 확대되자 시장 일각에서는 게임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가 나올 때가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까지 개별 게임주의 주가 변동성은 제조업 주가에 비해 높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로 인해 꽤 많은 투자자가 개별 게임주 투자를 꺼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나오면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상쇄할 수 있어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7일 한국거래소와 밸류시스템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26개 게임주 시총은 총 30조9507억원이었다. 여기에 지난 14일 새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펄어비스(시총 1조3032억원)를 합하면 게임주 합산 시총은 32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올해 4월 16조원에 그쳤던 게임업체 시총은 5월 넷마블 상장 이후 단숨에 30조원 턱밑까지 올랐다. 2년 전인 2015년 9월 합산 시총(약 12조5000억원)에 비해 약 20조원, 3년 전인 2014년 9월 합산 시총(약 10조3700억원)에 비해 약 24조원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 들어 게임업체의 가파른 시총 랠리가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다. '리니지M'으로 대박을 친 엔씨소프트 시총은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넘었다. 지난달 말 주당 38만4500원이던 주가가 지난 15일 46만8000원에 마감했다. 6개월 전인 지난 3월 15일 주가(주당 29만7500원)와 비교해 57.3%나 올랐다. 김성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M이 출시 당시에만 반짝 흥행에 그칠 거란 의견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기우'에 불과했다"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흥행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게임업체 시총 1위인 넷마블게임즈 역시 활발한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글로벌 게임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14일 상장한 펄어비스 시총은 지난 15일 기준 1조3032억원에 달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게임업체 상장 소식이 들리며 투자할 대상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미투온이 증시에 상장했고, 2015년 11월에는 더블유게임즈가 증시에 데뷔했다. 그해 6월에는 넵튠이, 1월에는 제이엠게임즈가 나란히 상장 절차를 밟은 바 있다. 2014년 11월에는 일주일 간격을 놓고 파티게임즈와 액션스퀘어가 나란히 증시에 입성했다. 2012년 이후 상장한 게임업체만 총 10곳에 달한다. 27개 상장 게임업체 중 3분의 1이 넘는 기업이 최근 5년 내 IPO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블루홀이 내놓은 '배틀그라운드'가 새롭게 흥행 신화를 쓰면서 장외시장에 거래되는 블루홀 기업가치가 4조원에 육박했다. 그 덕에 블루홀 지분 2.6%를 가진 넵튠의 주가가 15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괴력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게임업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는 개발되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된 코스피와 코스닥 건설업체 시총을 합치면 24조1900억원으로 게임업체 대비 규모가 작다. 하지만 건설업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KODEX 건설'과 'TIGER 200 건설' 등 ETF는 이미 마련돼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계·장비업체 합산 시총은 31조9300억원 선으로 게임업체와 비슷한데 투자자는 'KODEX 기계장비 ETF'로 이 업종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 최두남 밸류시스템자산운용 부장은 "한국 게임업체 합산 시총이 한국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달한다"며 "게임업체 관련 지수가 개발돼 ETF 상품이 출시되면 투자자 입장에서 훨씬 위험을 분산해 게임업종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게임업체 일각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까지 게임업체를 바라보는 눈길이 사행성이 높다는 이유로 규제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데, 게임업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가 여럿 나오면 게임업종을 자본시장과 연관해 평가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매년 게임시간 제한 등 신규 규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미 엔씨소프트 외국인 보유 지분이 40% 넘는 상황에서 게임을 산업으로 봐주지 않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게임 한두 개가 히트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주가 등락이 가파른 게임업체 특성이 지수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본부장은 "시장 일각에서는 게임업체 실적 변동 폭이 제조업, 금융업 등 기존 산업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우려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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