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조선업계 "후판 값 깎아 달라"…철강업계 "후판 부문만 적자"
입력 2017-09-15 15:54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에 빠진 조선업계가 철강업계에 후판 가격을 깎아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철강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철강업계는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지만, 후판 부문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조선-철강 상생·협력을 통한 동반 재도약 필요'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철강업계에 후판 값 인하를 공식 요청했다.
협회는 최근 프랑스 해운사 CMA-CGM이 발주한 2만2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전에 국내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모두 뛰어들었는 데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업체가 일감을 따간 것을 언급하며 "선가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후판 가격 상승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선박의 신조선가는 지난 2년여동안 꾸준히 하락해왔다. 조선해운분석업체 클락슨 리서치의 조사 결과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가격은 17만4000㎥급을 기준 올해 초 1억9600만달러에서 이달 초 1억8200만달러로 떨어졌다. 같은 급 LNG선의 가격은 2년 전만해도 2억달러 이상이었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가격도 지난 2~3년동안 꾸준히 하락해왔다.

더 큰 문제는 수주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조선업계의 저가 공세가 거센 데다 지난해 선박 발주 물량까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610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였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4482만CGT, 2015년에는 4011만CGT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1284만CGT로 뚝 떨어졌다. 한국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 점유율도 지난 2011년 40.5%를 기록한 뒤 줄곧 하락세를 그리다 지난해에는 17.5%까지 떨어졌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후판 사업에서 적자를 봤다고 해도 철강산업 전반적으로는 흑자라며 철강업계가 상생의 차원에서 가격을 인하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손해를 보고 제품을 팔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후판을 밑지고 팔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 조선업체들과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포스코도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후판사업의 손익분기점 달성 여부는 후판 메이저 수요처인 조선업계에 달려 있다"며 "올 하반기 조선사 대상 가격협상에서 가격 인상에 성공하면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철강업체들은 올해 하반기 후판 공급 가격 협상을 별러왔다. 때문에 후판 공급 가격 협상을 하면서도 철강 유통업체들에게 넘기는 후판 가격을 지난달부터 두 차례 올리며 우회적인 압박을 가해왔다. 유통업체에 주는 가격을 올리면 실수요 업계인 조선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