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식량 부족 베네수엘라, `토끼 먹기` 캠페인까지
입력 2017-09-15 11:57 

최근 경제난으로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국민들의 단백질 섭취를 위해 '토끼 먹기' 캠페인에 나섰다. 한때 '오일머니'로 중남미를 호령했던 베네수엘라가 국제 유가 폭락과 정정 불안 때문에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BBC의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최근 한 국영 TV에 출연해 토끼 먹기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동물 단백질 섭취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은 동물 단백질을 대체하기 위한 '토끼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토끼 계획'의 핵심은 번식력이 강한 토끼를 애완용이 아닌 식용 목적으로 길러 국민들의 동물 단백질 섭취를 돕겠다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토끼 계획'은 경제전쟁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며 홍보에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동안 베네수엘라가 식량 부족 사태를 겪는 이유는 사회주의 정권 몰락을 바라는 미국과 미국의 물밑 지원을 받은 보수 기득권층이 벌이는 '경제전쟁' 때문이라고 비난해왔다.
프레디 베르날 국가 식품 청장도 "국민이 토끼에 대한 사랑을 버려야지 이번 계획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토끼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고단백 저콜레스테롤 고깃덩어리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마두로 대통령의 말을 거들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 토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애완동물로 여겨져 반감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야권 지도자인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토끼 계획'은 나쁜 농담"이라면서 "마두로 대통령은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의 식량난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올해 초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는 국민의 약 75%가 식량부족으로 체중이 평균 8.62㎏ 줄었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준 바 있다. 빈곤율은 82%에 달했으며 하루에 한 끼 내지는 두 끼 밖에 먹지 못하는 인구 비율은 2015년 11.3%에서 2016년 32.5%로 높아졌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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