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서울대 RNA석학 김빛내리 첫 여성 석좌교수에…재가동된 `스타교수 프로젝트`
입력 2017-09-14 16:00 

서울대가 '생명 과학계의 보석'이라 일컬어지는 김빛내리(생명과학부) 교수를 포함한 자연과학·공학분야 교수 등 4명을 석좌교수로 임명했다.
석좌교수는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석학'으로 인정하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전폭 지원하는 직위다. 서울대 석좌교수를 임명한 것은 무려 8년만이다. 김 교수는 첫 여성 서울대 석좌교수에 오르면서 노벨상 꿈에 가까워 졌다는 평가와 함께 생명공학 분야서 서울대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남겼던 '황우석 트라우마'를 씻어낼 지도 주목받고 있다.
14일 서울대는 최근 교원인사위원회를 열고 학교 역사상 여성으로는 최초로 임명된 김빛내리(생명과학부) 교수를 포함해 노태원(물리·천문학부), 현택환(화학생명공학부), 정덕균(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석좌교수에 임명하고 성낙인 총장이 이들 4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김빛내리 교수(48·여)는 마이크로 RNA(miRNA)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고 생리의학 분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에 가장 근접한 국내 학자로 손꼽힌다. 김교수는 마이크로 RNA의 생성과정을 밝히고, 줄기세포와 암세포에서 RNA를 동정하고 그 기능을 규명해 '네이처' '셀'처럼 가장 논문을 내기 힘든 학술지에 10편에 가까운 논문을 실었다. RNA는 DNA, 단백질과 더불어 생명체의 유전정보 전달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물질으로 최근 과학분야에서 가장 '핫'한 노화방지, 생명연장 연구의 핵심 과제다.

김교수는 1992년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4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현택환·정덕균 교수는 공학자로서는 처음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현 교수는 노입자, 나노세공물질 등 다양한 나노소재의 제조와 응용분야의 세계적인 학자다. 나노기술 분야에서 업적의 국제적 인지도를 가늠하는 누적피인용 횟수가 3만 7000회를 넘는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2011년 세계 화학의 해를 맞이하여 발표된 세계 100대 화학자 중 37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덕균 교수는 고속 디지털 회로 설계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 연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개발한 디지털 비디오 전송방식인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igh-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 HDMI)는 현재 전 세계 거의 모든 평판 디스플레이에 채택돼 사용되고 있다. 세계전기전자공학회 석학회원 (IEEE Fellow)며 특히 실용성을 강조하는 연구활동으로 현재까지 총 87개의 미국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노태원 교수(60)는 1989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노 교수는 신소재인 고집적 산화물 메모리 소자의 원천기술을 확보,국내 응집물질 물리학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국가과학자'로 뽑히기도 했다.
이번 석좌교수 임명은 '황우석 사태' 이후 사실상 멈춰졌던 노벨상급 학자 지원 프로젝트에 서울대가 다시 나섰다는 의미가 크다. 서울대는 지난 1998년 석좌교수 제도를 첫 도입후 2004년 황우석 서울대 전 교수(수의학과)를 '1호' 석좌교수로 임명했다. 그러나 황 교수가 2006년 1월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으로 파면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지난 2008·2009년 필즈상(Fields Award)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78) 하버드대 명예교수와 임지순 포스텍 석학교수(물리·천문학부)를 차례대로 석좌교수에 임명했지만 이후 석좌교수 아래급인 '중견석좌교수' 제도만 운영하면서 석좌교수는 8년간 임명하지 않았다.
서울대 한 단과대 관계자는 "황우석 사태 이후 교수사회에서 '스타교수'를 육성하고 집중 지원하는 데 대한 항의와 회의론이 컸었다"며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전략적 '스타교수' 육성 없이는 과학분야의 글로벌 톱 학자를 배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학내외에서는 '좋은' 연구를 넘어선 '위대한' 연구가 나오기 위해서는 석학에 대한 대접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황순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