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릉 70대 노파 살인 용의자, 1㎝ '쪽지문' 탓에 잡혔다…12년만에 사건 해결
입력 2017-09-14 09:38  | 수정 2017-09-21 10:05
강릉 70대 노파 살인 용의자, 1㎝ '쪽지문' 탓에 잡혔다…12년만에 사건 해결



2005년 강릉 70대 노파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현장에 남긴 '쪽지문(일부분만 남은 조각지문)' 탓에 1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는 산골에 혼자 사는 노파의 금품을 노린 강도였습니다.

자칫 영구 미제로 남을 수 있었던 12년 전 강릉 노파 피살사건을 해결한 것은 1㎝ 길이의 쪽지문이었습니다.

강원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전담팀은 70대 노파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A(49·당시 37세)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2005년 5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에 혼자 살고 사는 B(여·당시 70세)씨가 손발이 묶인 채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 주민은 "B씨의 집 현관문과 안방 문이 열려있고, TV 소리가 들리는데도 인기척이 없어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B씨가 숨져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B씨의 입에는 포장용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고, 손과 발은 전화선 등으로 묶인 상태였습니다.

시신 부검 결과 B씨의 사망 원인은 기도 폐쇄와 갈비뼈 골절 등 복합적인 원인이었습니다.

범인이 포장용 테이프로 얼굴을 감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한 뒤 저항하는 B씨를 무차별 폭행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습니다.

이를 말해 주듯 B씨의 방 안은 심하게 어지럽혀진 상태였습니다.

안방 장롱 서랍은 모두 열려있었고, B씨의 금반지 등 80여만원 상당의 귀금속이 없어졌습니다.

경찰은 금품을 노린 강도가 B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습니다.

B씨 피살 현장에서 17점의 지문을 채취해 감식을 의뢰했지만 대부분 B씨와 가족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이렇다 할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 수사는 미궁에 빠졌고, 이 사건은 12년째 미제로 남았습니다.

유일한 단서는 B씨의 얼굴을 감는 데 사용한 포장용 테이프에 흐릿하게 남은 길이 1㎝ 남짓한 쪽지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테이프에 새겨진 글자와 겹친 데다 '융선(지문을 이루는 곡선)'마저 뚜렷하지 않아 이것만으로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범인의 윤곽이 흐릿해질 무렵인 지난 7월 경찰청에서 뜻밖의 감정 결과가 날아왔습니다.

12년 전보다 발전한 지문 감식 기술은 융선이 뚜렷하지 않았던 단 하나의 단서인 쪽지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찰은 피살 현장의 쪽지문과 용의자 A씨의 지문이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를 받고서 A씨 주변을 중심으로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A씨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여러 정황을 확인한 경찰은 과거에도 유사한 수법의 강도 범행 전력이 있다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무엇보다 범행 시간대인 대낮에 자신이 운영하는 동해의 소주방에 있었다는 A씨의 알리바이가 주변인 등의 진술로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경찰은 A씨 체포에 앞서 3차례 거짓말 탐지기를 시행한 결과 모두 '거짓' 반응으로 확인됐습니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 당시 A씨는 피해자 B씨의 귀금속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씨의 쪽지문 분석 결과 이외에 동일수법 범행 전력, 주변인 수사, 범행 동기, 현장 지리감 등 수사를 통해 A씨의 강도살인 범행을 밝혀냈습니다.

경찰은 "사건이 난 12년 전에는 쪽지문 분석 기술이 부족했지만 이후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해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쪽지문의 주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A씨는 쪽지문 등 결정적 단서 앞에서도 줄곧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경찰은 2007년 10월 강원 화천에서 발생한 70대 노파 피살사건의 범인을 5년 만에 검거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2001년 이후 현재까지 도내 중요 미제사건은 15건으로, 주로 살인사건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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