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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좌초 10년…서부이촌 `중산시범`의 재도전
입력 2017-09-13 18:00  | 수정 2017-09-13 20:10
오는 16일 재건축 추진위원장 선출을 앞둔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 전경. [용환진 기자]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도시정비사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용산국제업무지구 추진이 공회전하면서 재산권이 묶여 있었던 조합원들의 한이 이번에는 풀릴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로2가길 36에 위치한 중산시범아파트 추진위원회는 오는 16일 총회를 열어 새로 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추진위원회 실무를 담당해온 조봉연 씨(60)가 위원장직에 단독 출마한다. 2004년 서울시 승인을 받았던 중산시범 추진위원회는 이번에 위원장과 임원진이 다시 선임되면 재건축 진행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중산시범아파트는 준공된 지 47년 된 단지다. 지상 7층 6개동에 266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1996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6조에 따라 재난위험시설(D등급)로 지정됐지만 21년째 방치돼 있다. 현관문과 계단 난간이 덜렁거려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2007년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서부이촌동을 통합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재건축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2013년 용산국제업무지구가 해제되면서 다시 재건축할 수 있게 됐지만 위원장 공석이 발생하면서 4년 가까이 더 표류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현재 중산시범아파트 조합원의 70~80%는 10여 년 전 재건축 기대감으로 들어온 외지인들"이라고 말했다.
당시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 때 서울시는 실거주하는 소유주에게만 입주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 바람에 상당수 소유주는 세입자를 내보내고 낡은 집을 수리해 직접 입주했다. 워낙 연식이 오래돼 지속적으로 거액의 수선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산시범아파트는 원효대교 바로 옆 한강변에 있다. 단지 바로 옆에 강변북로로 통하는 길이 있어 여의도 출퇴근이 편리하다. 황금 입지를 자랑하지만 땅 소유권이 서울시에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재건축하려면 우선 땅을 서울시로부터 매입해야 하는데 공시지가가 높다.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2007년 3.3㎡당 1495만원이던 개별 공시지가가 지금은 2531만원이나 된다. 부촌으로 알려진 동부이촌동보다도 비싸다. 조봉연 추진위원장 후보는 "그동안 서부이촌동 주민이 심각한 재산권 침해를 받아온 만큼 땅 매입가격을 낮춰달라고 시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이촌동은 준주거 지역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2015년 서부이촌동 재건축 대상지를 이촌1구역, 이촌시범·미도연립, 중산시범 등 3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분리 개발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을 내놨다. 용적률 상한이 300% 이상 이어서 35층 아파트를 세울 수 있다. 서울시는 소형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용적률 상한을 500%까지 높일 수 있게 해준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산시범은 한강과 맞닿아 있고 남산 조망권이 걸려 있어 재건축할 경우 한 동은 13층, 다른 한 동은 30층까지 지을 수 있다. 대규모 일반분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 상반기 서울 재건축 붐이 일면서 시세가 금융위기 당시 수준 가까이 회복했다. 대림·북한강성원·동원·중산·시범아파트는 시세가 평균 3000만원 이상 올랐다. 13.2㎡ 규모 다가구주택 지분가격도 4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 매물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매수 문의가 뚝 끊겨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현재 이촌1구역은 조합 설립을 위해 75% 동의서를 받아 서울시에 재건축지구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이촌시범·미도연립은 아직 추진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았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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