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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기업 사외이사 `盧의 사람들` 전성시대
입력 2017-09-13 17:34  | 수정 2017-09-13 23:33
참여정부 시절 고위 관료 출신들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보수에서 진보로 권력의 축이 이동하면서 옛 노무현정부 시절 주요 인사들이 사외이사 영입 일순위가 되고 있는 것.
12일 금융투자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효성은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정상명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정 전 총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다. 당시 노 대통령이 취임하자 정상명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고검장급인 법무부 차관에 발탁됐다. 그는 대구고검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승진했다. 그는 총장 2년 임기를 전부 채웠을 만큼 노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도 효성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인데, 그는 김대중정부시절 환경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손영래 전 국세청장과 권오곤 김앤장 국제법연구소장도 효성의 신규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만도는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 전 고검장은 대검 중수부장을 지냈으며,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검찰청 대변인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문재인정부 초대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권력 교체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 올해 초 이미 진보정권 출신 인사들을 중용한 발 빠른 대기업들도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3월 권재철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을 사외이사에 재선임했다. 권 이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노동비서관을 지냈다. 삼성물산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외교·안보 분야 책사로 영입한 장달중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호텔신라가 사외이사로 영입한 정진호 사외이사는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차관 출신이다. 오영호 사외이사는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산업자원부 1차관을 역임했다.
삼성카드는 올해 초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비서관과 정책실장을 거쳐 부총리 자리에 오른 노무현정부 핵심 인사다.
또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경제부총리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문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대관업무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인사들과 인연이 있는 참여정부 오비(OB)들은 사외이사 영입 일순위"라고 전했다.
[정승환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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