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최흥식 "소비자보호 최우선"…규제 강화 우려
입력 2017-09-11 17:50  | 수정 2017-09-11 22:11
새 금감원장 취임 일성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취임하기가 무섭게 원장 직속 자문기구인 가칭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칭) 설치를 공식화하면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힘겨루기를 예고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치는 새 정부 공약이다. 이 기구의 실질적 주도권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진단이다. 또 최 원장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적 가치로 내세워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검사·제재 개혁을 추진해 온 금융위 기조에 대립각을 세웠다. 최 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동 금감원 본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원장 직속 자문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해 금융소비자 중심의 금융감독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전(全) 권역에 대한 주요 감독 제도 시행을 앞두고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제도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심의할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위원 절반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학계, 언론 등 각계 전문가를 참여시킬 예정이다.
금감원에는 이미 금융소비자보호처라는 부원장급 실무부처가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금융소비자 전담기구 설치를 공약했지만 별도 기구로 설립하는 대신 금감원 내 부처로 만들어졌다. 문재인정부도 동일한 공약을 내놨고 금융감독위원회 부활과 금융위 해체를 골자로 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움직임까지 맞물리면서 금융위와 금감원 간 신경전이 신정부 출범을 전후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전담기구를 설치하되 이 기구를 실질적으로 통할할 금융위 산하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해왔고 금감원은 이에 반발해왔다. 금융위 주도로 소비자위원회가 설치되면 금감원 입장에서는 조직이 쪼개지는 셈이기 때문에 그만큼 권한이 축소된다. 이 때문에 최 원장이 취임사에서 별도 금융소비자위원회를 금감원 산하에 설치하겠다고 선제적으로 공언해 금융위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상급기관이 금융위지만 최 원장이 문재인정부 핵심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산업이 대형화 경쟁과 수익성 제고에 치중하면서 금융 본연의 역할에 소홀했다"며 "감독당국이 견제와 균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정부의 이른바 '혼연일체' 기조에 따라 금감원이 본연의 건전성 감독 기능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상급기관인 금융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취임식을 앞두고 금감원 노조가 "금감원은 규제 완화 요구에 부응하는 곳"이라는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들어 "최흥식 원장에게 앞으로 금융위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한 점도 향후 금융당국 내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최 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 질문은 나중에 하시죠. 지금 답변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게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시장에서는 최 원장이 금융 혁신 대신 소비자 보호만 강조하는 등 규제일변도적인 행보를 보이자 다소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의 취임사가 일종의 금융소비자를 앞세운 관치가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이전 정권이 강조한 금융혁신 얘기는 쏙 들어가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각종 규제가 나올까 염려된다"고 걱정했다.
아울러 최 원장은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시장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 비대칭 해소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공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 대응 노력, 환경보호, 노사관계 등과 관련한 사항을 공시하도록 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국민이 제대로 알고 투자를 판단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한편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가까운 사이여서 하나금융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우리 말에 참외 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 철두철미하게 지키겠다"고 못 박았다.
[정석우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