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마존 애니메이션 만드는 김재홍 감독
입력 2017-09-11 15:51 

"영화 '대부'를 핸드폰으로 시청한다고 생각해보세요. 3시간짜리를 사람들이 끝까지 볼까요? 감동도 없고 집중도 안 될 겁니다."
애플이 내년 10억 달러(한화 1조)를 투자하며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다. 이미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선 보이고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파트너 제작사인 '뷰로 오브 매직'(Bureau of Magic, 이하 BOM)'의 김재홍 감독(47)은 "2년 전 제가 드림웍스에서 BOM으로 옮길 때만 해도 주변에서 '아마존에서 쇼를 만드냐?'고 묻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스트리밍이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단언했다. 1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2017 애니메이션 프리프로덕션 부트캠프'에 강연을 위해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로스트 인 오즈' 김재홍 총감독을 매일경제가 만났다.
'로스트 인 오즈'는 프랭크 바움의 유명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현대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2017 에미상 3개 부문에서 수상한 수작이다. 이 작품은 아마존 오리지널 에니메이션이다. 즉, 아마존이 직접 투자했고 콘텐츠 IP를 소유한다. 김 감독은 "미국에서는 애플, 구글에 뒤이어 이제 모든 대기업들이 자체 채널을 가지려 하고 있고 이와 함께 채널의 비어있는 선반을 채우기 위해 콘텐츠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필드가 급격히 넓어졌어요. 글로벌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가 전세계에 낙수효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 중국 에니메이션시장이 유독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분야의 새로운 문이 열렸다는 김감독의 말을 증명하듯 이날 서울 종로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행사장의 열기도 이례적이었다. 예상관객 60명을 훌쩍 넘은 200명의 에니메이션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질의응답을 벌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간 김재홍 감독은 워너브라더스를 시작으로 폭스, 카툰네트워크, 드림웍스 등 유수의 콘텐츠 제작사들을 거쳤다. 그는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트렌드를 '코미디'와 '휘발성'이란 두 단어로 정의하며 '일회용 컵' 같은 작품이 각광받으리라 예측했다. "모바일 폰이나 아이패드는 사실 오랜 시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한국의 일일드라마와 같이 가벼우면서도 즐겁게 웃을 수 있고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화려한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품들이 적합하죠."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창성' 한 큰술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로스트 인 오즈'는 현재 아마존 평점에서 5점 만점의 5점을 기록했다. 리뷰들을 둘러보면 '요즘 작품들과 다르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실제 김재홍 감독은 "미국 관객에게 익숙한 전형적인 북미 애니메이션 그림체를 벗고 원작의 유럽적인 감성을 녹여낸 점"을 성공의 이유로 꼽았다.
"디즈니의 '뮬란'은 중국의 남북조 시대 설화적 인물이 주인공이고 픽사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켈트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요." 두 예시를 들며 많은 성공한 에니메이션들이 각 국가 고유의 설화나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왕후심청'이 좋은 시도였다고 봅니다. 불가사리,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전통 설화는 우리에게는 고루하지만 외국에서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이야기죠. 설화의 보편적인 교훈과 탄탄한 서사 역시 강점이고요."
김재홍 감독은"한국은 일본 아니메를 따라하거나 뽀로로 같은 일부 성공 공식에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며 "한국 고유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더 많은 에니메이션으로 제작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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