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명시인 "1년간 내게 특급 호텔 방 달라"…낭만 문화? vs 갑질?
입력 2017-09-11 11:11 
[사진출처 = 최영미 시인의 페이스북]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A 호텔에 1년동안 숙박권을 요구하고 홍보대사를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유명 작가들의 사례처럼 예술계의 낭만적인 정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과 특권층이라는 권위의식에서 나온 갑질요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 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월세계약 만기가 다가와 집을 비워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다며 원치 않는 이사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고민하다 번뜩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며 특정 호텔을 홍보하는 대가로 그 호텔 방에서 평생 거주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최영미 시인이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교동 A호텔의 투숙 이용에 관해 공개적으로 게시한 글.
그는 "내 로망이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내가 죽은 뒤엔 그 방을 '시인의 방'으로 이름 붙여 문화 상품으로 만들수도 있지 않나"라고 쓰면서 평소 좋아한다는 서울 마포구의 A호텔의 실명을 밝히고, 이 호텔 측에 보낸 '룸 제공 요청'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최씨가 유명세를 이용해 호텔 투숙권을 공짜로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어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뜨거운 설전이 오가는 중이다.
직장인 한 모씨(35·남)는 "아침에 해당 뉴스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시인이라는 유명세를 활용해 특정 호텔에 갑질을 한 것이 아니냐"고 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김서의 씨(23·여)는 "호의가 악의로, 배려가 횡포로 돌아온다는 구절이 생각난다"면서 "정말 유명 시인의 방으로 마케팅하려는 생각이라면 호텔 측에서 먼저 요청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반면 예술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낭만 정서 마케팅'이나 사소한 유머거리로 봐야한다는 옹호 의견도 나온다.
홍혜걸 의학박사는 최씨의 페이스북을 통해 "걸리면 작살내겠다는 천박한 문화가 우려스럽다"라며 "작은 에피소드 하나로 그 사람 전체를 함부로 매도하고 내막을 잘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경용 씨는 "프랑스나 영국 같으면 화가나 작가 음악인들이 저런 제의를 시대의 낭만으로 받아들이고 보다 새롭고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정서"라며 "유쾌한 재미로 생각하지 못하고 비난부터하는 것이 아직 (국내는) 문화선진국이 되긴 멀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의견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자 최영미 시인은 호텔 측에 추가로 보낸 이메일을 공개하며 "무료로 방을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요구에 대한 호텔의 답신을 받고 2번째로 보낸 메일에 "11월24일부터 기거하고 싶다"며 "방을 구경한 다음에야 값이 정해질 것 같다"고 썼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호텔에 거래를 제안한 거지 공짜로 방을 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다. 호텔에서 내 제안이 싫으면 받지 않으면 된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며 "그리고 처음 글을 올릴 땐 약간의 장난기도 있었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A호텔 측 또한 이번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부적으로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A호텔 측 관계자는 "최영미가 보낸 메일의 의도를 자신들 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룸을 무료로 요청하는 것인지 디스카운트(할인)를 원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이날 중으로 구체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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