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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시즌 리뷰] 안본 사람이 승자, 샌프란시스코
입력 2017-09-11 06:01 
끔찍한 한해였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프로스포츠의 목적은 승리다. 그러나 매일 이길 수는 없다. 그러기에 지더라도 다음에는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겨야 하고, 시즌 성적이 나쁘더라도 내년에는 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2017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어떤 메시지도 던지지 못하고 좌절과 절망만 남겼다. 눈을 감으면 무엇이 보이는가? 그것이 이번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이다(날짜는 한국시간 기준).

시즌 요약(11일 현재)
성적: 56승 88패(NL 서부 5위, 포스트시즌 탈락 확정)
최다 연승: 6연승(6월 27일~7월 3일)
최다 연패: 7연패(6월 14~20일)
최다 실점: 14실점(5월 7일)
최다 득점: 13득점(6월 12일, 7월 1일)
무득점 패: 10회
무실점 승: 3회
끝내기 승리: 7회
끝내기 패배: 9회

총평
개막 후 첫 7경기를 2승 5패로 시작했고, 이후 줄곧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 대학 풋볼이 개막하기도 전에 지구 우승 경쟁에서 탈락이 확정됐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탈락하며 조용히 시즌을 접었다. 팀 평균자책점 4.60, OPS는 0.688로 각각 내셔널리그에서 9위와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것이 별로 없었다.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았다. 선발 로테이션의 기둥 역할을 기대했던 매디슨 범가너는 쌩뚱맞게도 휴식일에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당하며 장기간 결장했고, 수준급 마무리만 영입하면 좋아질 줄 알았던 불펜은 올해도 속을 썩였다(불펜 평균자책점 4.63, 15블론세이브). 타선에서는 버스터 포지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는 선수가 전무했다. 3루와 좌익수는 시즌 막판까지 구멍으로 남았다. 파블로 산도발의 대체자를 찾았지만, 결국 파블로 산도발을 데려왔다.
팬들도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8일에는 2010년부터 이어왔던 홈경기 연속 매진 기록이 중단됐다. 더 심각한 것은 팀도 방향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쟁을 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리빌딩을 제대로 한것도 아니었다. 많은 유망주들이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내년은 짝수해니까 다를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버스터 포지는 가장 생산성 좋은 타자였다. 사진=ⓒAFPBBNews = News1

MVP: 버스터 포지
우울했던 자이언츠 시즌의 유일한 위안. 포지는 10일까지 124경기에서 타율 0.317 OPS 0.867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타율 0.288 OPS 0.796)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MVP를 수상한 2012년(타율 0.336 OPS 0.957)의 모습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이번 시즌 팀내에서 그보다 더 좋은 생산력을 보여준 타자는 없었다.
멜란슨이 이렇게 무너질지 누가 알았을까. 사진=ⓒAFPBBNews = News1

올해의 반전: 마크 멜란슨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 번번히 뚫린 뒷문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 겨울 한치의 망설임없이 마크 멜란슨에게 4년 6200만 달러의 계약을 안겨줬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평균자책점 1.93 131세이브를 기록한 멜란슨은 특별한 마무리가 없었던 샌프란시스코에게 매력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멜란슨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32경기에서 3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고 16차례 세이브 기회에서 11개의 세이브만 기록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회내근 염좌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운동성 구획증후군 치료를 위한 수술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새로운 팀에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 노출됐다. 시즌 도중에는 자신만의 루틴을 고집하며 팀이 정해둔 스트레칭 시간을 바꿨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었다.
에르난데스는 실력으로 주전 좌익수 자리를 꿰찼다. 사진=ⓒAFPBBNews = News1

올해의 발견: 고키스 에르난데스
주인이 없었던 자이언츠의 좌익수 자리를 당당하게 실력으로 차지했다. 시즌 첫 48경기에서는 116타석에 들어서 타율 0.175 OPS 0.484에 그쳤지만, 6월 이후 극적으로 살아났다. 6월 9일 밀워키 원정에서 5타수 3안타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67경기에서 타율 0.304 OPS 0.744를 기록하며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주 포지션은 좌익수지만, 중견수로도 수준급 수비를 보여줬다. 뒤를 돌아보니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시즌이 됐다. 사실, 그가 시즌 초반 부진한 성적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중견수 수비가 가능한 유일한 백업 외야수였기 때문이다.
샘 다이슨은 새로운 팀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올해의 영입: 샘 다이슨
샘 다이슨이 없었다면 자이언츠의 2017시즌은 더 끔찍한 모습이 됐을 것이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쫓겨나 자이언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다이슨은 30경기에서 30 2/3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3.53 12세이브를 기록했다. 멜란슨의 부상을 틈타 마무리 자리를 맡았고, 멜란슨이 복귀한 뒤에도 팀의 9회를 지켰다. 9이닝당 볼넷 4.1개, 탈삼진 6.8개로 지난 시즌의 위력(2.9/7.0)에는 못미쳤지만, 새로운 팀에서 180도 분위기를 바꾼 것만으로도 그의 이번 시즌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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