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왜 다시 나와야 했을까
입력 2017-09-07 15:38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포스터 / 사진= 커넥트픽쳐스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왜 다시 나와야 했을까


"몸도 마음도 의지할 곳이 없어 빨리 죽고 싶다"고 했던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가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났다. 7월에는 김군자 할머니가 별세했고, 이제 국내 위안부 생존자는 36명이다.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숫자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지만 진정한 사과 없이 '할 것은 다 했다'라고 버티는 일본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위안부 피해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 일부와 생존자 할머니들의 증언,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는다. <귀향>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기록'과 '위로'였다면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우리가 전하는 '약속'의 의미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 배우 박지희는 합창단과 함께 영화 <귀향>에 들어갈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랑을 부르면서 타지에서 고통 받다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넋이 돌아오길 염원하는 것이다. 또한 <귀향>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연기한 배우들을 현재로 불러내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할머니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누구나 겪을 수 있었던 '우리'의 문제임을 보여주려 한다. 이런 독특한 시도들은 눈 여겨 볼만 하다. 하지만 지나친 설정과 개연성의 부족은 아쉽다. 차라리 피해자 할머니의 증언을 더 넣었으면 울림이 더 컸을 터.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사진= 커넥트픽쳐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위안부 문제를 사람들에게 다시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지만 <귀향>이 지나치게 꼼꼼한 폭력의 묘사로 성폭력을 '스펙터클'하게 만들어 피해자를 성적 묘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데, 아직도 그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쉽다.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와 중국어의 등장은 위안부 피해자가 여러 곳에서 무분별하게 끌려왔음을 보여줘 일제의 잔혹성을 지적한다. 하지만 사악한 일본군의 얼굴과 멍든 조선 처녀 얼굴의 대비는 폭력 이미지 뒤에 숨은 사회의 구조적 폭력, 즉 군국주의 가부장제 국가가 여성으로 젠더화된 식민지를 집단 강간했다는, 역사적 맥락 및 국가 시스템을 지워버리고 만다.

조정래 감독은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현실에 끝까지 맞서기 위해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귀향>이 위안부 피해에 관한 '문화적 증거'로 세계가 피해를 인식하는 기점이 된 것처럼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도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피해자를 잊지 않고 함께 할 것이라는 다짐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 영화가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다른 영화들과 맞물려 문제 해결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바란다. 15세 관람가, 9월 14일 개봉.

[MBN 뉴스센터 구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