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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주사 권할땐 언제고…이젠 13조 날벼락
입력 2017-09-06 18:07  | 수정 2017-09-06 21:24
◆ 저주회사 된 지주회사 / 매경·대신지배구조硏 지주회사 추가 비용 분석 ◆
SK그룹은 2004년 이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6조9320억원을 썼다. 2011년 3조3747억원에 샀던 SK하이닉스 같은 우량 회사 2곳을 사고도 남는 막대한 자금이다. 간신히 현행 지주사 요건을 맞췄지만 또 다른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재벌개혁 공약 중 하나로 지주사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주사 체제이거나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SK·롯데·셀트리온과 같은 주요 그룹들은 13조원을 추가로 떠안아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계에서는 지주회사가 '저주회사'라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6일 매일경제신문과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정부와 정치권의 지주사 요건 강화에 따라 31개 지주사의 추가 비용을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추정해본 결과 13조34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31곳은 작년 9월 말 기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지주사 중 자회사 지분이 30% 이하인 기업 29곳과 올해 지주사로 전환 중인 롯데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이다.
이 같은 비용 추정은 상장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이 현행 20%에서 30%(비상장사는 40%→50%)로 높아진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가정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이달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본격 논의된다. 현행 상장 자회사 20% 요건을 맞추기 위해 SK는 이미 7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지주사 요건 강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SK는 SK하이닉스(20.1%)와 SK텔레콤(25.2%) 지분율을 현재보다 각각 9.9%포인트, 4.8%포인트 올려야 한다. 이들을 포함해 SK는 모두 6조1738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SK에 이어 롯데(2조1986억원), 현대중공업(1조7063억원), 셀트리온(1조4534억원) 등 그룹도 비용 부담이 1조원을 넘어선다. 종근당 콜마 한솔 한국타이어그룹은 보유한 현금보다 추가 비용이 크다. 이들은 지주사 체제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온다.
기업들은 자회사 지분 교환(스왑)이나 대출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개정안에는 지주사 부채비율 한도를 200%에서 100%로 낮추는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는 어느 때보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활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지주사 요건 강화가 경영 투명성을 높여 지주사와 자회사의 기업가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지주사 체제를 갖춘 국내 주요 그룹들의 알짜 자회사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편이다. 한인구 한국경영학회장은 "지주사 규제 강화는 자칫 기업 성장과 투자 기회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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