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가 5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되자 부동산 중개업소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들 지역 중개업소들은 한동안 매매 수요가 확 줄면서 거래가 끊기는 '거래 절벽'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8월 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1위였던 성남시 분당구에서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매매가격이 계속 올라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1번' 케이스가 되는 게 아닌지 우려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가 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분당구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추가 대책의 대상이 될까 조금 우려스러워서 부동산들끼리 '자제를 하자'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가격이 안 떨어져 거래가 안됐는데 이제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거래가 아예 끊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추석 연휴 지나고 시장 상황을 보자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정부가 예상 외로 빨리 대처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분당구 판교동의 P공인 대표는 "'풍선효과' 이야기가 있어서 분당이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는 "사실 분당이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이 많이 오르긴 했다"며 "분당이 소형 평수가 많아 갭투자를 하기도 쉬운 측면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분당구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8·2 대책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고 간혹 실수요자들이 와서 사는 경우가 있었다. 매도인이 가격을 안 내리니 약간 올라 있는 금액으로 거래가 되긴 했다"며 "이번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매수인들은 당연히 집을 안 사려 할 테고 매도 금액은 많이 내려가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이렇게 되면 매매 대신 전세를 찾게 되니 전셋값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개업소 사이에서는 당장 6일부터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라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줄어드는 등 강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되면서 결국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날 일부 중개업소에는 최근 매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번 발표로 대출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계약 취소를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습니다.
판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은 어차피 집을 사야 하고, 분당은 가수요가 아니라 직접 수요가 많이 대기하고 있는 지역인데 결국 대출이 줄면 실수요자들이 거래에 제약을 받으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좀 당황하겠지만 별로 겁을 안 내고 언젠가는 안 풀겠느냐고 나온다"며 "분당이 서울보다 가격이 많이 싸서 강남생활권 사람들이 너무 멀리는 못가니 강남 대신 분당으로 대안을 찾았는데 이제 분당서 집을 못 구하면 용인, 죽전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조치에 공감을 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분당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이 많이 올라서 어차피 조정 기간이 좀 필요하긴 했다"며 "정부 조치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했습니다.
이번에 추가 조치에서 빠진 평촌, 일산 등 다른 신도시들은 안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분당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인한 '풍선효과' 여부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습니다.
안양시 평촌동 H공인 대표는 "이번에 분당이 영향을 받는다 해서 평촌에 와서 사람들이 투자할 것 같지는 않다"며 "분당은 강남권에서 많이 접근하지만 여기는 평촌 주변에서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평촌의 W공인 대표는 "솔직히 평촌도 가격이 많이 올라 있어서 지정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여기는 '서울 전역과 분당이 규제를 받으니 평촌은 풍선효과가 있을까 싶어 매물을 도통 내놓질 않는데 거래절벽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8월 월간 주택가격 상승률 전국 2위, 주간 상승률 전국 1위로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에서는 "솔직히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긴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방이 어떻게 서울과 같이 묶이냐"는 불만도 제기됐습니다.
수성구 범어동의 D공인 대표는 "집값이 너무 많이 갑자기 오르니까 추가 조치 예상은 어느정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의 경우 8·2 대책 이전에 10억원 밑으로 거래되던 전용 137㎡평의 호가가 12억원까지 치솟았고 전용 129㎡도 가격이 1억5천만원가량 올랐는데도 매수 문의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수성구 범어동의 S공인 대표는 "지금 거래가 아예 없는데 이번 추가 조치로 더 거래가 없어지겠다"며 "여름 내내 문을 닫았다가 짧은 기간에 반짝 거래되고 오른 것 같고 이렇게 하면 시장이 정체상태로 가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범어동 30평대 아파트가 8·2 대책 전후로 한달 만에 5천~6천만원이 오르긴 했지만 학군 이동수요는 있고 물건이 없어서 집값이 오른 것"이라며 "지방을 서울, 과천과 동시에 묶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구 수성구에서는 이번 조치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부동산 114 조사(6월 말 기준)에 따르면, 수성구에서는 아파트 단지 9곳에서 재건축이 진행 중입니다. 지산동 시영1단지(700가구), 범어동 우방범어타운1차(276가구), 상동 청구중동(140가구) 3곳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범어동 우방범어타운2차(350가구), 수성동1가 삼환재건축(306가구), 두산동 삼풍(72가구)는 추진위가 구성된 단계입니다. 수성동4가 광명(110가구)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습니다.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6일부터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되고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며, 국회에 계류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등이 개정되면 정비사업 분양 재당첨 제한 등 규제가 추가됩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정한 것은 재건축이 서울만큼 많기 때문"이라며 "조합설립인가 이후 관리처분인가 신청 전 단계의 재건축 단지가 10개나 된다"고 말했습니다.
수성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구 전체에서 진행되는 재건축 사업의 3곳 중 1곳이 수성구에 몰려있긴 하다"며 "일부만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책 발표로 정비사업이 더 올스톱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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