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北리스크` 8월 조정場서도 주식 쇼핑한 국내외 큰손
입력 2017-09-04 17:33  | 수정 2017-09-04 21:08
기관 저가매수 종목
국내 주식시장이 북한 리스크 등 여파로 조정 국면으로 접어든 지난달 이후 국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우위 종목이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외국계 투자자는 한국항공우주(KAI) BGF리테일 등 단기 낙폭 과대 종목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세이브존I&C 아세아 등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집중 매수했다.
4일 증권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기관투자가가 지난달 5% 이상 신규로 지분을 보유하거나 5% 이상인 보유 종목 가운데 1%포인트 이상 지분을 늘렸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종목은 총 34개로 집계됐다. 국내 자본시장법은 개별 투자자가 특정 종목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거나 5% 이상인 보유 종목 중 1%포인트 이상 지분을 줄이거나 늘렸을 때 5영업일 안에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은 지난달 25일 한국항공우주 주식을 633만7249주(6.5%)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직전 공시일인 지난 5월 15일 5.0% 보유한 것에서 지난달 지분을 1.5%포인트나 더 늘린 것이다. 같은 달 2일 한국항공우주가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보름 만에 30% 가까이 급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는 지난달 21일 국내 최대 편의점 업체인 BGF리테일 주식 250만1328주(5.1%)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대규모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BGF리테일 주가가 6월 이후 두 달 사이 30% 넘게 하락하는 동안 GIC는 이 회사 지분을 꾸준히 늘렸고, 그 결과 지난달 16일 기준 누적 보유 규모가 5%를 넘은 것이다. 이 밖에 외국계 투자자 가운데 템플턴자산운용은 뷰웍스 코스메카코리아 한스바이오메드, 베어링은 나노신소재 세아제강 S&TC 블루콤, 캐피털그룹은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각각 1%포인트 이상 늘렸다.
7월 말 출시한 중소형주 펀드(신영마라톤중소형주)로 한 달 사이 2000억원 넘는 뭉칫돈이 유입된 신영자산운용은 지난달 세이브존I&C 테크윙 인탑스 아세아 한미글로벌 오로라 CS홀딩스 아세아제지 등 중소형주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이 운용사가 지난달 5% 이상 신규 보유하거나 5% 이상인 보유 종목 가운데 추가로 1%포인트 이상 지분을 늘렸다고 신고한 종목은 11개에 달한다.
신영운용이 지난달에만 지분을 9.6%포인트나 추가로 늘린 세이브존I&C는 중견 의류 쇼핑몰 업체로 매년 250억원 이상을 꼬박꼬박 벌어들이는 알짜 회사지만 시가총액은 약 2100억원에 불과하다.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인 저평가 자산주다. 지난달 지분을 2.0%포인트 추가로 사들인 아세아 역시 PER 7.3배, PBR 0.3배인 자산주다.
주식형 헤지펀드 운용 규모가 1조원으로 가장 큰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지난달 IT부품주인 알에프텍과 호텔·레저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관광개발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 밖에 동부자산운용은 한미글로벌 덕산하이메탈 디와이, 유경PSG자산운용은 피제이메탈 등 중소형주를 각각 5% 이상 사들였다. 개인투자자 가운데 대표적인 큰손으로 꼽히는 손명완 씨는 동원금속 보유 지분을 31.6%까지 높였다. 국민연금은 만도 지분을 추가 매수해 누적 지분율을 10.1%로 높인 반면 현대로보틱스와 AJ렌터카는 각각 1%포인트 이상 팔았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북한 핵실험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개선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기초체력(펀더멘털)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업 실적 개선 국면에서 나타나는 주가 조정으로 국내 주식의 저평가 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상반기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PER는 9.16배로 최근 3년 평균인 9.18배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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