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박근혜정부 아래에서 추진되던 금융 정책들이 잇달아 무장해제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금융당국이 지난 7월 도입할 예정이던 새로운 중소기업 위탁보증제도(신위탁보증제도)가 중소기업계 반대에다 중소기업벤처부와의 협의도 마무리하지 못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관련된 논의를 했지만 일정 예정 없이 일단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론이 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위탁보증제는 사업 기반을 어느 정도 닦은 업력 10년 이상의 기업 보증은 줄이는 대신 보증과 은행대출이 절실한 창업기업에 혜택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원래는 올해 상반기 6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 본 뒤 다른 은행으로 전면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은행들이 "만약 보증한 기업이 망하면 그때 생기는 손실을 은행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며 집단 반발하자 금융위원회는 시행 시기를 반년 늦추고 내년까지 발생한 보증손실액은 은행이 부담하지 않는 쪽으로 한발 물러서면서 시행에 대한 합의가 진전됐다. 이렇게 은행권 반발을 어느 정도 무마하자 이번에는 중소기업계가 반대하고 나서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모임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말 '제도 시행으로 10년 이상 업력을 가진 기업 대출이 대폭 축소되고 대출금리가 올라 흑자도산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6월에는 중기중앙회를 포함한 9개 중소기업 단체들이 금융위에 제도 시행 보류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계는 지난 6월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신위탁보증제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제도 시행을 재검토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일단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정책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늦어도 올 4분기 중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신보와 기보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한 상태다. 제도 시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계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하지만 후보자 자질 논란 탓에 중기부 장관 인선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기부와의 협의가 언제 가능할지 확실치 않다. 또 무엇보다 신위탁보증제가 중소기업 육성에 주력하는 현 정부 정책 방향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제도의 원점 재검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신위탁보증제는 애초 중소기업 정책 보증 규모가 과다하다는 인식에서 보증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벤처'부'로 승격하는 등 중소기업 육성에 무게중심을 둔 현 정부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 대표 정책인 성과연봉제도 문재인정부가 '연내 폐기'를 공식화하면서 폐기 수순에 들어선 상태다. 성과연봉제는 직원들의 업무 능력과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급여를 매기는 것으로 당시 박근혜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 과제로 삼아 금융공기업과 금융회사에 제도 도입을 압박했다. 하지만 지난달 국정기획위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연내 폐기를 골자로 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추동력을 잃었다. 특히 법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각각 제기한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뒤 7월에 신용보증기업과 한국자산관리공사, 8월에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가 줄줄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백지화한 상태다.
정권 교체로 정책 방향이 180도 바뀐 것도 있다. 지난달 정부는 매출 급감으로 도산 위기에 직면한 중소조선사가 선수금환급보증(RG)을 원활히 발급받을 수 있도록 1000억원의 특별보증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법정관리, 추가 지원 불가로 정리되는 지난해 박근혜정부의 중소조선사 대책이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 정부는 규제 완화, 문재인정부는 서민·중소기업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며 "성격이 워낙 다르다 보니 전 정부가 추진한 금융정책이 자연스럽게 폐기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용어 설명>
▷ 신위탁보증제 :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이 전담해온 중소기업 보증 업무 중 10년 이상 장기 보증을 받아온 중소기업 보증 발급 업무만 떼어내 은행이 보증을 맡도록 한 제도다.
[김태성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금융당국이 지난 7월 도입할 예정이던 새로운 중소기업 위탁보증제도(신위탁보증제도)가 중소기업계 반대에다 중소기업벤처부와의 협의도 마무리하지 못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관련된 논의를 했지만 일정 예정 없이 일단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론이 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위탁보증제는 사업 기반을 어느 정도 닦은 업력 10년 이상의 기업 보증은 줄이는 대신 보증과 은행대출이 절실한 창업기업에 혜택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원래는 올해 상반기 6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 본 뒤 다른 은행으로 전면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은행들이 "만약 보증한 기업이 망하면 그때 생기는 손실을 은행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며 집단 반발하자 금융위원회는 시행 시기를 반년 늦추고 내년까지 발생한 보증손실액은 은행이 부담하지 않는 쪽으로 한발 물러서면서 시행에 대한 합의가 진전됐다. 이렇게 은행권 반발을 어느 정도 무마하자 이번에는 중소기업계가 반대하고 나서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모임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말 '제도 시행으로 10년 이상 업력을 가진 기업 대출이 대폭 축소되고 대출금리가 올라 흑자도산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6월에는 중기중앙회를 포함한 9개 중소기업 단체들이 금융위에 제도 시행 보류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계는 지난 6월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신위탁보증제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제도 시행을 재검토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일단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정책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늦어도 올 4분기 중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신보와 기보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한 상태다. 제도 시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계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정권 교체로 정책 방향이 180도 바뀐 것도 있다. 지난달 정부는 매출 급감으로 도산 위기에 직면한 중소조선사가 선수금환급보증(RG)을 원활히 발급받을 수 있도록 1000억원의 특별보증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법정관리, 추가 지원 불가로 정리되는 지난해 박근혜정부의 중소조선사 대책이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 정부는 규제 완화, 문재인정부는 서민·중소기업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며 "성격이 워낙 다르다 보니 전 정부가 추진한 금융정책이 자연스럽게 폐기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용어 설명>
▷ 신위탁보증제 :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이 전담해온 중소기업 보증 업무 중 10년 이상 장기 보증을 받아온 중소기업 보증 발급 업무만 떼어내 은행이 보증을 맡도록 한 제도다.
[김태성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