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올 판매액 3조 돌파…여전히 뜨거운 브라질채권
입력 2017-09-03 17:39 
브라질 채권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무서운 속도로 팔려 나가면서 올해 판매 잔액이 3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한 해 판매액의 4배를 넘는다. 연 10%가 넘는 이자수익에 절세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1000만원 단위 목돈을 굴리려는 월급쟁이부터 수십억 원대 여윳돈을 넣어두려는 고액 자산가들에게까지 인기가 높다. 일각에선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3일 매일경제가 올해 1월부터 8월 31일까지 국내 주요 증권사의 브라질 채권 판매 잔액을 집계한 결과 3조1962억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동안 판매한 금액이 8688억원임을 감안하면 올해는 8개월 동안 이미 작년의 4배가량이 팔려 나간 셈이다. 김제동 한국투자증권 신도림지점장은 "브라질 채권은 올해 꾸준히 팔리는 상품 중 하나"라며 "정치적 불안이 가라앉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시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탄핵 사태가 불거지자 환율이 출렁이면서 판매 증가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최근 다시 회복되는 추세다.
브라질 채권 투자 열풍의 이유는 단연 '높은 수익률'이다. 연초부터 7월 말까지 브라질 채권은 15%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헤알화 환율 하락으로 연초 대비 3~4% 정도의 환차손을 감안해도 적잖은 수익이다. 작년 수익률(약 70%)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저금리 시대에 이만한 수익률을 안겨주는 투자처도 흔치 않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 근거다. 이자는 6개월마다 나눠 받는다.

특히 절세 효과가 쏠쏠하다. 2013년 브라질 정부가 토빈세를 폐지해 이자소득, 매매차익, 환차익에 대해 한도 없이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에 민감한 고액 자산가들이 브라질 국채를 선호하는 이유다.
예전엔 수천만 원 단위로만 거래하던 금융회사들이 투자 최소 단위를 수십만 원 단위로 낮춘 점도 투자자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의 브라질 채권 최소 투자금액은 달러화 기준 500달러, 브라질 헤알화 기준 1100헤알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최소 투자금액으로 1만헤알화(약 369만200원)를 제시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원화 기준으로 1000만원이다. 고액 자산가뿐만이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브라질 채권 투자에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리스크도 이전만큼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진 덕에 과거만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지난 6월 340원까지 떨어졌던 원·헤알 환율도 최근 연초 수준인 360원 선으로 회복됐다.
개선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조도 지속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7월 통화정책회의(COPOM)에서 기준금리를 10.25%에서 9.25%로 100bp 인하했다. 올해 들어 다섯 번째 금리 인하(올해 초 기준금리 13.75% 대비 350bp 낮음)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 크레딧 팀장은 "현재 9.25%인 기준금리는 올해 말 8%까지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환리스크'는 계속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브라질 채권은 100% 환노출 상품이라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이벤트에도 환율 위험은 여전히 상존해 있다"며 "브라질 채권의 경우 고금리라는 투자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락에 따른 부담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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