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9월 1일 뉴스초점-판사와 정치
입력 2017-09-01 20:09  | 수정 2017-09-01 20:46
'재판은 곧 정치다'

현직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법관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인정하는 것이 곧 법관의 독립이고, 그러니 판사는 자신의 성향에 따라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식이라면 이번에 유죄가 선고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판결도 정권이 바뀌면 다시 재심을 청구해 그 판결이 뒤집힐 수 있고, 그럼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들어갈 겁니다.

이렇다 보니, 당장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법관도 개인으로서야 정치적 표현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법관의 지위와 결합됐을 땐 삼가야 한다고 말이죠.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판사를 선거로 뽑습니다. 선거를 통해 뽑으니 판결에 대해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되겠죠? 그리고 이를 통해 사법부의 독립성은 강화됩니다.

법관이 자신이 내린 판결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계속 그 자리를 지키는 우리나라와는 다릅니다.

때마침 오늘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지난 1972년 유럽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된 박 교수 유가족에게 23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이요.

당시 사형 판결을 내렸던 법관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법관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자유를 외치기에 앞서 당신들은 얼마나 공정성을 지키고자 노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두 눈을 가린 채 저울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건 법관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아닙니다. 혈연이나 재력,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저 법과 정의에 따라 판결을 해달라는 것, 그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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