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비트코인 테마주 광풍, 까딱하다 깡통찰라
입력 2017-09-01 16:14  | 수정 2017-09-01 17:10
코스닥 가상화폐株 주의보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코스닥시장으로 번지면서 투자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주들의 실적 개선이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가상화폐 수혜주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모바일방송 전문기업 옴니텔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주가가 58.77%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옴니텔은 올해 초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에 24억원을 투자해 8.89%의 지분을 확보했다. 옴니텔은 비트코인을 활용한 송금 서비스 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비트코인 수혜주로 분류됐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정지 상태였던 디지털 방송장비업체 비덴트는 거래정지가 풀린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주가가 122.35% 상승했다. 비덴트 역시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 11.11%를 보유하고 있다.
통신장비업체 포스링크는 자회사를 통해 새로운 가상화폐 거래소를 열 계획이라고 밝히자 관련 수혜주로 분류됐다. 지난달 주가가 22.40% 상승했다. 한국전자인증은 빗썸이 사용하는 웹 보안 인증서를 국내에서 단독 판매하고 있다. 비트코인 핵심 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히며 지난달 주가는 17.40% 올랐다. 제이씨현시스템 주가도 같은 기간 5.77% 상승했다. 제이씨현시스템은 비트코인 채굴용 메인보드를 만드는 대만 업체를 자회사로 뒀다.
이 같은 상승세는 최근 들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거래소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처음으로 4800달러를 돌파했다. 1일 빗썸에서도 1비트코인은 519만8000원(오후 1시 30분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최근 한 달간 70.93% 오른 가격이다. 지난달에는 빗썸에서 하루 거래 대금이 무려 2조6000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당일 코스닥 거래 대금을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젊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대세 상승장'이 펼쳐졌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에서 가상화폐 수혜주가 부각된 것은 국외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나스닥에서 엔비디아, AMD, 인텔, 마이크로테크놀로지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들 기업은 가상화폐 채굴과 관련된 그래픽 카드와 고성능 반도체칩을 만드는 곳이다. 가상화폐가 애초 전체 생산량을 정해놓은 채 수학문제로 된 암호를 풀면 화폐를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채굴'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대규모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채굴용 작업장 설립 붐이 일었다. 그러자 그래픽 카드와 반도체에 대한 수요 또한 늘었고 시장에서는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자연히 관련 업종 주가는 뛰었다.
그러나 코스닥에서 수혜주 찾기는 이와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와 지분 관계가 있다거나 단순 거래관계에 불과한 기업들이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정작 실제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반도체나 관련 장비 업종은 가상화폐 수혜주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은 단순히 가상화폐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만 밝혔을 뿐 가시적 실적은 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 가상화폐 투자 못지않게 가상화폐 수혜주 투자에 있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급등세가 크게 꺾이고 있는 모습이다. 옴니텔, 포스링크 등의 주가는 지난달 기록한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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