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제값 받자" 강남 재건축 `후분양` 급부상
입력 2017-09-01 16:10  | 수정 2017-09-01 21:39
대우건설이 후분양 재건축을 제안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아파트 단지. [매경DB]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신반포 15차 재건축사업 수주를 놓고 롯데건설과 경합 중인 대우건설이 파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가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의 고분양가 행진에 제동을 걸자 일단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한 후 시장상황이 좋아진 뒤에 분양을 진행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대우건설의 후분양제 제안에 조합이 솔깃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8·2 부동산 대책' 이후 나타난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선분양을 하는 것이 조합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서울 강남4구, 경기 과천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신규 분양 아파트가 인근 지역 다른 아파트의 분양가나 시세의 일정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는 셈이다.
1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일정에 돌입한 신반포센트럴자이(신반포6차 재건축)는 3.3㎡당 평균 분양가를 시장 예상가보다 350만~450만원 낮은 4250만원으로 조정했다. 다음주 분양하는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도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될 전망이다.
물론 후분양을 한다고 분양가를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HUG의 분양가 기준이 되는 주변 시세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서울 강남의 집값은 장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조합원의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시점에 분양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합 입장에서도 후분양제가 아무런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무렵에도 자발적 후분양 사례가 확산된 적이 있는데 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등에서 미계약 사태가 속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은 계약 뒤 입주까지 기간이 1년도 되지 않아 집값을 마련해야 하는 기간이 짧다"며 "금융위기 당시 주택시장 거래난으로 기존 집이 팔리지 않거나 대출이 안돼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계약 포기자들이 속출했다"고 지적했다.
일단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후분양제 실시 여부를 나중에 건설사 선정 후 총회 등 방법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론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원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종일 조합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연내 관리처분 신청을 해야 해서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후분양 안건 하나 때문에 총회를 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시공사로 대우나 롯데 누가 되든 계약단계에서 다시 후분양에 대한 최종 의견 조율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후분양제 제안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건설사가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조달해야 하는 등 부담이 작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그동안 후분양제를 도입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대우건설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건설 측은 "후분양을 해도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신반포 15차를 시작으로 재건축 조합들이 후분양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질 전망이다.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 때도 대우건설이 대물변제 조건을 제안한 이후 인근 재건축조합들이 같은 조건을 건설사들에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진 바 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현재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이후에도 지금처럼 분양가에 대한 제재가 계속되면 건설사와 분양 시점 조절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후분양제 : 건설사가 주택을 일정 수준 지은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로, 분양 후 주택 건설을 시작하는 선분양제의 반대 개념이다.
[용환진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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