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잊을만하면 터지는 의약품 리베이트, 어떻게 주고받나 봤더니…
입력 2017-09-01 11:10 

제약사 영업사원이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사에게 금품을 준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이 또 터졌다. 지난달 초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구속된지 한달도 되지 않아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같은 성분의 복제약이 많게는 수십여종에 달하기도 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들에게 금품·편의를 주고 있다. 이번에는 자사 의약품 처방을 약속받고 미리 현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날 충남 천안시의 한 병원 공동원장을 비롯한 의사 4명과 이들에게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 영업사원 등 모두 11명을 의료법·약사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된 의사들은 자신들에게 접촉한 영업사원들이 소속된 제약사의 의약품을 집중적으로 처방하겠다고 약속해주고 예상 처방액의 7~8%를 미리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이 의사들이 받은 금액은 1억7400만원에 달한다.

처방액에 따라 제약사가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건 의약품 리베이트가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은 지난 2010년대 초까지의 수법이다. 다만 당시에는 처방이 이뤄진 뒤 일정 비율에 따라 의사들에게 현금이 주어졌다. 자주 처방되고 경쟁이 치열한 고혈압치료제의 경우 의사에게 주는 리베이트 비율이 처방액의 30%에 이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도매유통회사를 통해 의약품을 공급받는 대형병원에 리베이트를 주는 방식은 좀 더 복잡하다. 제약사가 유통회사에 의약품을 공급한 뒤 대금을 받을 때 최대 40%를 매출할인 방식으로 깎아주면 유통회사는 자사 마진을 챙긴 뒤 남은 돈을 병원에 준다. 앞서 구속기소된 강정석 회장의 혐의에는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해 병원들에 리베이트를 줬다는 게 포함돼 있다.
의약품 처방에 따른 리베이트가 외에도 의사들은 제약사 영업사원들로부터 많은 금품·편의를 받는다. 대표적인 게 처음 개원하는 병·의원에 비치되는 소파·TV 등 비품이다. 전직 제약사 영업사원은 "개원하는 병원을 잡는 게 영업사원들에게는 최고"라며 "한 번 뚫어 놓으면 꾸준히 처방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학회도 제약사들이 간접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통로다. 의약품 효능을 설명해주는 연사로 나선 의사는 강사료 명목의 현금을, 참가한 의사들은 고가의 식사 대접을 각각 받는다. 학회가 해외에서 진행되면 여행 경비도 상당 부분 제약사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업계는 의약품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들의 복제약이 너무 많이 출시돼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제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차별화할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허가되는 품목 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복제약 시장에 진입장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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