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불법텐트는 `메뚜기 이사`·철거공무원은 되레 검찰조사…조롱당하는 공권력
입력 2017-08-31 15:15  | 수정 2017-08-31 18:15
30일 민주노총이 기존 광화문 불법텐트를 철거한 후 세종로소공원에 새로 설치한 불법텐트농성장. [사진 = 독자제공]

민주노총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열린 시민마당 인도에 설치한 불법천막 3개동에 대해 종로구청이 철거명령을 내리자 보란 듯 서울시 관할의 세종로 소공원 안으로 텐트를 재설치 했다. 시민들 불편 해소를 위해 불법시설 철거에 나섰던 구청 공무원은 노동단체 고소로 되레 검찰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새정부 들어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당한 시민권리 보호에 나선 공권력조차 보란 듯 조롱당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전날 오전 10시 광화문 길 건너에 설치된 불법텐트 3개동을 전격 철거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지난 14일 3차 철거계고를 통해 20일까지 민주노총 측이 불법농성 시설물을 자진 철거 하도록 유도해 왔다"며 "구청에서 31일 행정대집행(강제철거)에 나서겠다고 예고하자 그에 앞서 자진 철거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만에 민주노총은 400~500m 떨어진 세종로 소공원 안에 농성 시설물을 재설치하며 불법 행위를 이어갔다. 인도 위 시설물은 단속권한이 관할 구청에 있지만 공원안 불법 시설물에 대한 단속 권한이 서울시에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여당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동계에 다소 우호적인데다, 서울시가 철거에 나서려면 다시 철거계고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노려 소위 '메뚜기 이사'를 한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6월부터 노동계가 주도하는 사회적 총파업을 앞두고 여론전을 위해 농성 천막 13개동을 치고 노숙 농성을 벌여왔다. 도로법 75조에 따르면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설치물에 대해서는 도로관리청에 허가를 얻어야 한다. 따가운 시민들 눈총 속에 민노총은 10개 동 텐트는 자진 철거했지만, 여전히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면서 불법농성을 이어가는 셈이다.

서울시도 곤혹스런 표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조 측이 설치한 농성 텐트는 허가를 받지 않고 설치한 불법 시설물"이라며 "향후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강제 철거 등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철거에 나서려면 다시 철거계고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추가 시간이 소요되므로 상당기간 시민들 불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 등 해정기관은 지난 6월 최초 텐트 설치부터 불법 농성장 정리 등 행정력 동원에 나섰지만 되레 노동단체들 고소로 검찰조사까지 받게 되는 상황에 내몰렸다. 민주노총 산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 측은 지난 7월 청와대 사랑채 인근 불법 농성 시설물 강제 철거에 반발해 관련 공무원들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고소장 접수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31일 종로구청 실무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그동안 경찰과 충돌이 생기면 시민단체·노동단체들이 고소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대부분 서면조사 등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권력 집행에 정당성 부여와 행정기관의사기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새정부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종로구청장과 종로경찰서장 등 책임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검토할 방침"이라며 "아직까지는 참고인 조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시민 불편으로 민원이 쏟아지는 등 제반사항을 고려해 철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여러 차례 계고명령을 통해 불법 시설인 것을 알렸고, 적법절차에 따라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새정부 이후 이른바 '촛불청구서'를 들이대며 목소리가 커진 노동계와 최근 시민단체·노동계 손을 들어준 판결로 인해 정당한 공권력 집행조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법원은 세월호 4·16가족협의회 등이 지난해 6월 미신고 상태로 청와대 방면 행진을 시도하자 이를 안전펜스 설치 등으로 막은 당시 종로경찰서장, 종로서 경비과장 등 개인에 대해 각각 100만원씩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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