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PA 경쟁속 `효율화` 속도내는 유니클로…압구정점 폐점
입력 2017-08-30 15:21  | 수정 2017-08-30 16:49

국내 제조·유통일괄(SPA) 업계 1위 유니클로가 경쟁 브랜드의 추격을 맞아 '운영 효율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 매장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지난해 부진했던 수익성 측면을 보강하려는 의도다.
유니클로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에 위치한 압구정점 매장을 내달 17일부로 영업 종료한다고 24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더욱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매장 운영 전략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압구정점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압구정점 매장은 명동중앙점·롯데월드몰점·강남점 등과 함께 유니클로의 국내 대표 매장 중 하나로 꼽혀 온 곳이다. 지난 2013년 대규모 리뉴얼을 단행한 이래, 주요 프로젝트 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등 최대 핵심매장 중 하나로 손꼽혀 왔다. 하지만 상권 변화, 수익성 하락 등 여러 요인에 따른 '저효율 매장 정리' 흐름에 밀려 리뉴얼 4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압구정점이 그간 맡아 온 강남 상권 공략은 9월 중순 신규 오픈할 신사점·서초점 2개 매장이 나눠 맡게 된다. 특히 신사점은 최근 가장 핫한 상권 중 하나로 꼽히는 신사역 인근 가로수길 초입에 자리잡게 되며, 서초점은 지하철 2호선 서초역 부근에 자리잡아 역세권 수요를 노린다.

유니클로가 효율성을 위해 주요 매장을 구조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 강남대로변에서 '강남 2호점'격 역할을 맡고 있던 강남역삼점 매장을 지난 5월 말 폐점했다. 강남점과는 강남역을 사이에 끼고 불과 570m 거리에 위치했던 탓에, '고객 나눠먹기'가 벌어져 전반적 효율 저하를 초래한 점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자사 국내 사업의 수익성은 꺾인 반면, SPA업계 내 경쟁브랜드의 맹추격은 지속돼 '부동의 1위'로서 안주할 수 있을 수만은 없게 된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 유니클로를 운영 중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 2016회계연도(2015년 9월1일~2016년 8월31일)에 1조1822억원 매출을 기록,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5.8% 늘어난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73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31.4% 급감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평균 30% 가 넘는 연간 매출 신장세를 거뒀던 것과 대조되는 실적이다.
반면 외국계 SPA브랜드 경쟁사인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전년 대비 무려 225% 성장한 260억원 영업이익을 지난해 올렸다. 토종 SPA브랜드 중에서는 스파오가 지난해 약 3000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그 전해 대비 약 25% 늘어난 수치다.
압구정점 한정으로는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상권이 침체에 돌입, 패션 선도지역으로서의 기능을 상당수 내준 점이 이유로 꼽힌다. 이 지역 부동산업계는 로데오거리 메인도로 건물 공실률을 약 30~4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인근 패션업체 관계자는 "로데오 상권 내 빈 건물 중에는 거의 3년 넘게 주인이 없는 곳도 있다"며 "상권이 쇠락하며 예전에 압구정에 상주하던 '패피(패션 피플)'들이 대부분 가로수길 등 대체상권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그간 가로수길 부근에는 스파오·에잇세컨즈 등 주요 SPA브랜드가 대거 몰리는 가운데 유니클로만 매장이 없었다. 유니클로의 '가로수길 부재'를 놓고 업계에서는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골목길 입점에 대한 제약이 있는 것 같다. 상권 침해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 등 해석이 분분했다.
하지만 가로수길의 패션 트렌드세팅 역할이 갈수록 확대됨에 따라, 젊은층 패션을 주도한다는 '상징성'과 더불어 상권 확장에 따른 입점 기대수익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상권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가 신매장 위치선정에 고려됐다"고 전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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