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꿩 대신 닭" 중국 대신 유럽으로 눈돌리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
입력 2017-08-30 14:45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하기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고전하던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가 환경 보호를 이유로 내연기관차를 규제하면서 이 지역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30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오는 2020년 6월까지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는 엘지 켐 브로츠와프 에너지(LG Chem Wroclaw Energy)에 4360억원을 순차적으로 출자하고 8720억원의 채무보증도 결정했다.
엘지 켐 브로츠와프 에너지는 LG화학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자회사로 폴란드 공장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완공돼 내년 초 가동 예정인 폴란드 공장의 생산 능력은 3기가와드(GW)"라며 "(자금 투입이 완료되는) 2020년에는 20GW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도 지난 5월 헝가리에서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원래 TV에 들어가는 패널을 생산하던 공장을 연간 전기차 5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조해 내년 2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초 양산 시점은 내년 하반기였지만 계획을 앞당겼다. 삼성SDI는 오는 2020년까지 모두 2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달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직속으로 배터리사업본부를 신설하고 현재 관련 인력을 충원 중이다. 또한 내년 유럽 지역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하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현재 상황을 감안해 투자 대상 지역을 유럽으로 돌렸다.
배터리업체들이 유럽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유럽 각국 정부의 친환경차 육성정책에 있다. 노르웨이·네덜란드·독일·프랑스·영국 등의 정부는 각각 오는 2025~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 뿐 아니라 유럽의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 볼보는 최근 오는 2019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확대 조짐이 확실시 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전기차 시장은 중국이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시장에 진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자국 배터리업계를 보호하려는 중국 정부의 규제에 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중 관계 악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이에 세계 배터리업체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난징과 시안에 배터리 공장까지 지었지만 지난해 중국 정부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자국산이 아닌 전기차 배터리에 인증을 내주지 않았다. 인증받지 못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데 분주한 상황이다.
사드도 걸림돌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올해 5번째 인증업체를 발표하면서부터 인증업체 목록에 일본 배터리 업체들을 포함시켰지만 여전히 한국 업체들은 인증에서 배제하고 있다"면서 "사드 보복 여파 아니겠냐는 추측만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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