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 1위 사노피도 가세…올해 독감 4가백신 시장 판도는?
입력 2017-08-29 14:31  | 수정 2017-08-29 17:55

세계 백신 시장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사노피-파스퇴르가 국내 독감 4가백신 시장에 뒤늦게 도전장을 내면서 올 겨울 독감을 예방할 백신 시장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독감 4가백신은 A형과 B형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4종을 예방한다.
사노피는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독감 4가백신 '박씨그리프테프라'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독감 4가백신 홍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박씨그리프테프라는 사노피의 3가백신 제품인 박씨그리프에 B형독감 바이러스를 추가해 만들었다.
세계 1위 백신제조업체이지만 독감 4가백신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사노피는 기존에 팔던 3가백신 박씨그리프의 브랜드 파워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박씨그리프는 지난 2003년 출시돼 지금까지 18억도즈(1회 접종량을 뜻하는 단위) 이상 팔린 제품이다.
서한석 사노피 의학부 실장은 이날 "(의사들 사이에서) 박씨그리프는 독감 백신의 대명사"라며 "박씨그리프테프라 임상시험에서 대조군에 박씨그리프를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 결과 박씨그리프테프라는 박씨그리프와 비교해 A형 독감에 대한 항체 형성 지표는 열등하지 않았고, 추가된 B형 독감에 대한 항체 형성 지표는 우월하게 나타났다고 서 실장은 설명했다.

사노피는 올해 국내에 완제품 박씨그리프테프라 약 110만도즈 들여와 모두 판매하는 게 목표다. 가격은 지난 2014년부터 4가백신을 판매하고 있던 다국적 제약사 GSK의 플루아릭스테트라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 대상 영업은 사노피가 직접, 성인은 한독이 각각 맡는다.
하지만 제약업계에는 사노피가 독감 4가백신 시장에 안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독감 백신의 국내 공급량은 2000만도즈로 예정돼 있다. 수요량 1800만도즈보다 10% 가량 많다. 3가 백신과 4가백신이 각각 1000만도즈 정도씩 공급될 예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독감 3가백신은 대부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용으로 질병관리본부에 납품된다"며 "제약업체들은 주로 4가백신을 일반 의료기관에 공급하기 위해 경쟁을 펼친다"고 말했다.
올해 독감 4가백신을 내놓을 제약업체는 녹십자, SK케미칼, 일양약품, 한국백신, 보령바이오파마, 동아에스티, GSK, 사노피 등 8개다. 동아에스티는 원료를 수입해 포장하는 방식으로 올해 처음 독감 4가백신 시장에 진입한다.
국내 독감 4가백신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는 녹십자와 SK케미칼이다. 지난해 녹십자는 약 400만도즈를, SK케미칼은 약 250만도즈를 각각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는 국내 점유율 늘리기보다 수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국내 독감백신 시장은 포화다"라며 "지난 200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감백신을 승인받아 그 동안 쌓은 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점유율을 유지하고 해외 시장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스카이셀플루가 세계 최초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한 독감 4가백신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올해 국내 점유율 늘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500만도즈(3·4가 합산)이던 국내 독감백신 공급량을 올해 535만도즈로 늘렸다. 보통 백신은 유정란으로 만들지만 올해는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SK케미칼에 우호적 영업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광범위한 임상 데이터가 무기다. 세계 최초의 독감 4가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를 파는 GSK는 지금까지 1억도즈 이상을 판매한 경험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노피 역시 전 세계 4개국에서 4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향후 학술지에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의 대상자 규모가 1만명 수준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임상시험 규모는 2000~3000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생산한 독감백신을 이번 시즌에 팔지 못하면 남은 것을 버려야 하는 점도 독감 4가백신을 내놓은 제약사들의 경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독감백신은 매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해주는 바이러스 균주로 만들기 때문에 올해 생산한 물량을 올 겨울 독감을 예방하기 위한 용도로 팔지 못하면 모두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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