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총현장] `3시간 진통` 분할합병안 통과됐어도 여전히 불만인 소액주주들
입력 2017-08-29 14:29  | 수정 2017-08-29 14:37
롯데제과 주주총회 현장 [사진 출처 = 매경DB]

이변은 없었지만 갈등의 도화선이 당겨졌다. 속전속결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 롯데제과 임시 주주총회가 사측과 일부 소액주주간의 갈등으로 3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이들 소액주주는 법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단 입장을 보여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의 첫발이 쉽지 않았다.
롯데제과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본사 대강당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 및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롯데제과 외 롯데쇼핑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도 동 시간대 임시 주총을 개최했으며, 통합 지주사로 설 롯데제과 주총은 점심시간대를 훌쩍 넘긴 오후 1시23분이 돼서야 의장 폐회 선언을 끝으로 마쳤다.
이번 임시 주총은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시작점인 만큼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 수십여명이 롯데제과 본사로 몰려들었고, 직원들도 안내 입간판을 본사 입구와 7층 대강당 앞에 바로 세우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주총장으로 들어서는 주주들의 표정도 굳어있었다. 의장인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가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은 회사가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한 길"이라며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응원해주시길 기원한다"고 인사말을 건넸지만, 제1호 의안 의결부터 쉽지 않았다.
일부 주주는 "분할합병 계획서가 첨부되지 않았다", "지주사 분할 반대 주주 수를 명확하게 밝혀달라", "분할합병 평가보고서를 배부하라"며 항의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계약서를 주총에서 배포할 의무는 없다. 평가보고서 일부는 사전 통보하거나 비치하거나, 공시하도록 해 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답했다. 참여 주주 인원 수를 재차 확인해 재발표하기도 했다.
일부 주주들은 또 감사위원들이 직접 답하지 않고 변호사 등을 통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항의가 이어지면서 제1호 의안 표결만 주총 시작 1시간반 가량이 지난 오전 11시25분께 이뤄졌다.
발생주식수 대비 69.4%가 참석한 이번 주총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담은 제1호 의안은 찬성 87.9%로 가결됐으며,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주식회사의 4사간 분할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담은 제2-1호 의안도 찬성 86.5%로 가결됐다. 오후 12시를 넘기자 일부 주주가 주총장을 떠나면서 제2-1호 의안부터는 발생주식수 대비 65.6%의 주주가 참여했다.
롯데쇼핑 주식회사를 분할합병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주식회사의 3사간 분할합병계약서 수정 승인의 건을 담은 제2-2호 의안은 찬성 6.6%로 부결된 반면 주식 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 승인의 건을 담은 제3호 의안과 이사 보수한도 증액 승인의 건의 제4호 의안은 각각 90.0%와 64.4%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주총을 통해 결의한 회사 분할합병안은 주총 특별결의 안건으로 전체 주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출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안건에 찬성해야 한다.
이날 안건 내용은 4개 계열사를 각각 지주사인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다시 롯데제과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하나의 지주사로 합병하는 데 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롯데 유통과 식품부문 주요 4개 계열사가 모두 분할합병을 최종 결의하면서 오는 10월 1일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공식 출범하게 됐다. 4개사의 주식은 오는 10월 30일께 유가증권시장에 변경상장 절차를 거쳐 거래가 재개된다. 롯데지주의 주식 역시 10월30일께 변경상장 및 추가상장 절차를 거쳐 거래를 재개한다.
지주사 체제가 완료되면 그동안 지적 받아온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대부분 해소돼 경영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롯데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또 그동안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저평가됐던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져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는 지난 2015년 416개에 달하던 순환출자고리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현재 67개로 줄였으며, 이번 분할합병으로 18개까지 줄어들게 됐다.
반면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번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롯데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 측은 중국사업 등으로 롯데쇼핑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합병할 경우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에 손실이 전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호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 대표는 이날 롯데제과 임시 주총 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합병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일 뿐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지주사가 출범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이후 주가 추이를 살핀 뒤 손해를 산정해 롯데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 혐의 등 관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신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위임장을 가진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주식을 쪼개 한 주당 대리인 참석이 가능하지만 롯데제과 측이 보유주식 수에 상관없이 주주 1명당 1명의 대리인만 참석하도록 제한하면서 주총 전 잠시 소란이 있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날 롯데의 지주사 전환을 막기 위해 롯데쇼핑을 제외한 3사 분할합병안을 내놨지만 부결됐으며, 이와 관련해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일본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 시간대 열린 롯데쇼핑은 전체 주주 중 63.6%가 참석해 82.2%가 분할합병에 찬성했으며, 주주 66.0%가 참석한 롯데푸드는 96%가 찬성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전체 주주 중 68.8%가 참석해 88.6%가 찬성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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