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코스닥서 보름새 3천억 쇼핑
입력 2017-08-28 17:44  | 수정 2017-08-28 19:46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보름 사이 코스닥시장에서 3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시장 상승을 이끌고 있다. 연초 이후 8월 초까지 누적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코스닥시장에서의 매수 강도는 매우 강한 것이다. 덕분에 같은 기간 코스피가 2%가량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코스닥은 4% 가까이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수급적으로 외면받았던 코스닥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이 최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반도체 부품주를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도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65포인트(0.41%) 오른 652.92로 거래를 마감하면서 3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주요 수급 주체 가운데 국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00억원 이상 매도 우위를 나타낸 반면 외국인이 3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보름 동안 코스닥에서 3100억원을 순매수했다.
북한 리스크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 속에 대외변수 영향이 큰 대형 수출주보다는 외부 영향이 작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오른 코스닥 중소형주로 매수세가 쏠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간 공정거래 강화와 대기업 중심의 법인세 인상 등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이 중소·벤처기업에 유리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이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는 피에스케이·서울반도체·테스 등 반도체 장비 관련주가 많다. 사드 배치 영향으로 중국 내 실적이 타격을 받아 주가가 많이 빠진 CJ오쇼핑, CJ E&M, 오스템임플란트 등도 종목당 100억원 이상 사들였다. 이들 종목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주가는 평균 35% 정도 상승하는 데 그쳤다. 늘어난 이익에 비하면 아직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가운데 현재도 많은 수익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가능성이 뚜렷한 업종은 반도체"라며 "외국인들이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부품주를 사들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수급 여건 개선은 비단 외국인뿐만은 아니다. 국내 투자자들도 중소형주 펀드를 중심으로 최근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중소형주' 펀드는 지난 25일 기준 설정액이 2004억원으로 출시 한 달 만에 2000억원 넘는 자금이 모였다. 일반 개인이 투자하는 공모펀드 상당수가 최근 출시 1년 안에 500억원 모집도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박'에 가깝다.
중소형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더블유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도 최근 한 달 사이 거액 자산가 40여 명이 2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김우기 더블유자산운용 대표는 "당초 7월부터 코스닥의 강한 상승장이 예상됐지만 국민연금이 중소형주 위주 운용사·자문사 돈을 회수하고 북한 이슈까지 터지며 덩달아 오르지 못했다"면서 "중소형주가 수급적으로 거의 비워진 만큼 이제 다시 돈이 돌면서 상승하는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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