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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이정현 "조선인이 같은 조선인을...불편한 진실 몰랐죠"
입력 2017-08-28 07:01 
이정현은 "'군함도' 말년이 원더우먼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중국 위안부로 보낸 것도 조선 면장이고, 그곳에서 하시마 섬에 보낸 것도 조선 포주였다."
지옥도 하시마 섬 유곽에서 말년(이정현 분)이 앞에 앉은 칠성(소지섭 분)에게 체념과 한탄 중간 어디의 감정을 섞어 건넨 대사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가 지닌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들어 있는 신이기도 하다. 군함도는 일제 나쁜 놈, 조선 착한 놈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강제 노역시킨 일제의 만행을 가능하게 한 일부 조선인들의 야비함을 느낄 수 있다.
군함도에서 위안부로 끌려왔으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티는 말년을 연기한 배우 이정현(37)은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정현은 "사실 그런 불편한 진실을 나는 잘 몰랐다"며 "상업영화인 군함도에서 그 점을 건드린 게 류승완 감독님이라 좋았다. 또 피해자 역할을 일방적 슬픔과 안타까움만이 아닌,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인물로 만들어줘 고마웠다"고 만족해했다.
"많이 편집되긴 했지만 말년은 본능적으로 소녀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정신적 지주로 방향성도 제시해야 하는 존재였어요. 일제 앞에서 당당하기도 했고요. 저한테 말년은 원더우먼 같은 존재였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너무 잔인하고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했는데, 읽자마자 바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사실 유곽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말년의 대사 톤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다. "리딩 때 제가 느낀 감정 그대로 읽고 표현했고 느낌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님이 이 영상 한 번 보라고 연락이 왔어요. 위안부 피해자 한 분이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얘기하시는데 담배를 피우며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말들이 충격이었어요. 가슴이 더 아프더라고요. 대사를 슬프게 꾸미고 관객을 울려 소위 말해서 쉽게 갈 수도 있었는데 연기 톤을 바꿨죠."
이정현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툭툭 말하는 위안부 영상에 연기톤을 바꿨다.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사투리 의견은 이정현이 냈다. 그는 "시나리오에는 서울말을 쓰는데 외모가 어색해 보일 수 있어 조심스럽게 사투리를 하는 인물로 제안을 했는데 좋다고 하시더라"며 "그런데 사투리 연기가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욕도 입에 쫙 달라붙게 해야 해서 후시녹음을 2번이나 다시 해야 했다. 내 욕이 어색해서 혼났다. 많이 배워야 했다"고 웃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탄광섬인 군함도로 강제징용된 조선인 수백 명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내용을 그린 군함도. 한류 스타들이 출연하기에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정현도 가수로 중국과 일본에서 활동을 꽤 많이 했으니 걱정이 되진 않았을까.
이정현은 "나는 가수로 활동 안한 지 오래되서 그렇게 팬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마음이 움직이는 걸 어떡하느냐. 아마 일본 활동을 했어도 무조건 군함도에 참여했을 것 같다. 나 말고 일본에서 더 인기가 많은 소지섭, 송중기 배우가 대단한 것 같다"고 칭찬을 돌렸다.
극 중 말년과 로맨스를 담당했던 칠성, 아니 소지섭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정현은 "동지애와 연민이었다"고 웃으며 "로맨스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 감독님의 의도가 아닐까"라고 짚었다. "지섭 오빠는 정말 칠성 그 자체였어요. 저를 말년에 젖어들 수밖에 없게 해주셨죠. 후반부 200명 넘게 준비하는 전투 신에서 총을 들었는데 힘들더라고요. NG 나면 다시 맞추고 준비해야 할 게 엄청 많은데 제가 실수하지 않게 오빠가 옆에서 다 챙겨줬어요. 첫 번째 장전, 두 번째 물러선다, 그리고 발 조심하고 등등 계속 얘기해줘서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죠. 오빠가 욕하고 싸움하는 것 빼고는 츤데레 칠성 캐릭터와 너무 닮아있던 것 같아요.(웃음)"
이정현은 "소지섭 오빠는 츤데레 칠성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이정현은 소지섭과의 연기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말년은 칠성과의 첫 대면에서 낭심을 움켜쥔다. 그는 "민망하고 부끄러웠다"며 "군함도에서 첫 연기였는데, 첫 대면에서 그래 버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고 잡아야 해 민망하고 너무 죄송하더라. 감독님은 말년, 더 꽉 잡아. 세게라고 하셔서 죄송합니다. 오빠 했더니 오빠가 괜찮아라고 하시더라. 죄송했지만 다행히 한 번에 오케이가 났다고"고 에피소드를 공개해 웃음을 안겼다. 류승완 감독의 완벽한 디테일에도 놀랐다. "빨래터에서 칠성이 과일을 던져주잖아요? 그게 용과와 비파 열매인데 여성들에게 그렇게 좋은 거래요. 섹시한(?) 과일이었다고 할 수 있죠. 하하하."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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