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통가의 경쟁, 맞벌이·1인가구 겨냥 새벽배송 잡아라
입력 2017-08-27 16:09 
모바일 마트 마켓컬리는 오후 11시까지 주문 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문 앞에 상품을 전해주는 새벽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마켓컬리 공식 인스타그램>

워킹맘 신아영(가명·36) 씨는 퇴근 후 마트에 들리는 대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신선한 채소와 과일, 땅콩조림·어묵볶음 등 반찬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집 앞에 상품들이 배달돼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장을 보지 않아도 온 가족이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신씨는 "새벽배송 서비스는 오후 11시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일찍 받을 수 있어 맞벌이 부부에게 좋다"며 "바쁜 평일에는 앱을 통해 장을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새벽배송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도입하는 신규 업체들이 늘어나고, 새벽배송이 가능한 상품도 확대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모바일 마트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상품이 고객 집 앞에 놓여 있다. <사진제공=마켓컬리>
새벽배송 전문 모바일 마트 마켓컬리는 최근 육아에 필요한 식재료와 물품을 판매하는 '유아동 전문관'을 론칭해 새벽배송이 가능한 상품군 대폭 늘렸다. 주요 고객인 워킹맘을 위해 이유식, 기저귀 등을 아침에 배달 하기로 한 것이다.
유아동 전문관은 마켓컬리가 엄선한 이유식과 유기농 식재료부터 유아용 식기 및 기저귀까지 육아에 가장 필요한 제품들을 한데 모아 판매한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주요 고객층인 육아 맘들의 니즈를 반영해 육아에 필요한 식재료뿐만 아니라 필수 생활용품까지 한번에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마트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상품. <사진제공=마켓컬리>
2015년 론칭한 마켓컬리는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문 앞에 상품을 배송한다. 업계 최초로 식품 전용 냉장·냉동 창고를 구축해 주문부터 배송까지 풀콜드체인 시스템으로 신선하게 식재료를 배달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마켓컬리 새벽배송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증가했다. 론칭 이후 2년 만에 가입자 28만 명, 월 매출 40억을 달성하는 등 업계 대표 새벽배송 채널로 성장했다.
201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반찬을 새벽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배민프레시는 간편식 생산업체와 계약을 맺고, 반찬 등 신선 간편식을 판매중이다. 헬로네이처 역시 경기 광주시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산지 제철 식품을 새벽 시간대에 배송한다.
GS리테일의 새벽배송 서비스 GS프레쉬 택배기사가 고객의 집 앞에 상품을 배달한 뒤 확인 문자 전송을 위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GS리테일>
스타트업이 형성한 새벽배송 시장에 대형 유통업체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최근 GS리테일은 마트몰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론칭했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온라인 쇼핑몰 GS 아이수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GS프레쉬로 변경하고 새벽배송을 도입, 배송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GS프레쉬에서는 신선한 샐러드, 제과 명장 홍종흔 베이커리의 빵, 간편조리 식품과 완전조리 식품, 각종 과일 등 5000여종 상품의 새벽배송 주문이 가능하다. 배송 완료 시 사진이 동봉된 문자가 고객에게 전송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귀가 길 모바일을 통한 간단한 주문으로 다음날 아침을 준비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바쁜 1인 가구와 맞벌이 고객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지역 12개 구를 대상으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뒤 향후 서울 전지역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도 지난 6월 택배 업계 최초로 새벽 시간을 이용한 가정간편식 전문배송을 시작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반 택배가 아닌 가정간편식만 배송하는 전담조직과 전용 터미널도 꾸렸다.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는 새벽배송 대신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지정할 수 있는 당일 배송에 초점을 두고 있다.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새벽배송 서비스를 잇따라 론칭하는 이유는 장 볼 시간이 없는 맞벌이 부부와 간편한 소량의 먹거리를 찾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차려진 아침 밥상을 집앞으로 배달해 주는 새벽배송의 컨셉이 간편·소량구매로 변화하는 소비행태와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은 80.5%로 전체 평균(73.6%)보다 높다. 지갑을 쉽게 여는 독신의 증가에 힘입어 2006년 16조원이던 1인 가구 소비액은 2015년 86조원으로 늘었고, 2030년에는 194조원으로 뛸 전망이다. 기업이 포기할 수 없는 소비자 집단이 된 것이다. 이처럼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1인 가구의 니즈에 부합하는 새벽배송은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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