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에 맞서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항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토군의 러시아 접경지역인 폴란드를 방문 중인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25일(현지시간) "내달 중순 실시 예정인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면밀하게 지켜볼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번 훈련을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나토군의 폴란드 배치는) 한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전체 나토 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명확한 상징"이라면서 "이는 러시아를 도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내달 14일~20일 발트해와 북해 인근에서 '자파드 2017'을 실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최대 규모 훈련이라는 점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병력 1만3000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나토와 서방 언론들은 10만여명이 참여할 것이라는 추산하고 있다. 이에 앞서 나토는 올해 초부터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4개 대대 4000여 명의 군대를 순환 배치하고 있다.
올해들어 전세계적으로 러시아의 군사활동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중국과 북유럽 발틱해에서 해상합동훈련을 진행했으며, 지난 11일에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유도탄 순양함 '바랴크'는 전통적 친미(親美) 국가인 필리핀에 나흘 일정으로 입항해 군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군사 훈련 뿐만 아니다. 러시아는 최근 극심한 경제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분쟁 국가들에 대규모 경제협력을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리비아, 이집트 등 중동뿐만 아니라 남미 베네수엘라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에너지산업을 장악해 이들 국가를 경제적으로 종속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책은 소련처럼 전세계에 러시아의 발자국을 넓히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경제협력을 빌미로 곳곳에서 군사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 한 외교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정국불안을 우려해 분쟁국가에서 줄줄이 철수하고 있는데 반해 러시아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중동과 남미의 정치·경제적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는 지난해 12월 이집트 지중해 조흐르 가스전 지분의 30%를 11억달러(약 12조 2500억원)에 사들인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리비아로부터 매년 원유 2000~3500만 배럴을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2월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정부와 원유 구입 계약을 확정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로스네프트는 베네수엘라 석유 프로젝트 9개에 대한 소유권·지분 확보 협상을 베네수엘라 국영원유회사인 페데베사(PDVSA)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특히 러시아가 보폭을 넓히고 있는 활동무대는 대부분 미국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역으로 주목된다.
그만큼 분쟁지역에서 '친러' 분위기를 조성해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리비아는 유엔이 지원하는 트리폴리 정부와 동부 투브루크 비이슬람계 정부로 양분된 곳으로 서방과 러시아가 서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동 대표 분쟁지역이다. 쿠르디스탄은 이라크 내에 있는 쿠르드족 자치정부로 아랍계가 다수인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독재국인 베네수엘라는 미국과 인권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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