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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진 줄 알았는데…순위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입력 2017-08-26 06:05 
롯데가 후반기 들어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며 가을야구에 성큼 다가섰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는 2017 KBO리그. 순위싸움이 더욱 안개 속에 빠져들고 있다. 공고할 것이라 여겨졌던 순위도 이제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혼돈과 반전의 연속이다. 이제 어떤 팀도 자신들의 순위를 예단할 수 없게 됐다. 8위 한화, 9위 삼성, 10위 kt의 순위는 그다지 변동의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나머지 순위는 전문가도, 팬들도, 구단관계자들도 속단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공고히 굳어졌다고 판단했던 어떤 팀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거나 어마어마한 힘을 바탕으로 상상 이상 탄력을 받고 있다. 1위 싸움, 2위 싸움, 3위 싸움, 심지어 4위 싸움, 5위 싸움까지. 본격적인 KBO리그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화끈한 팀은 단연 롯데다. 파죽의 5연승, 후반기 역전의 명수로서 진격하고 있다. 24일과 25일 LG를 상대로도 압도적 전력을 과시했다. 25일 현재 3위 NC와는 4경기차로 좁혔으며 5위 넥센과는 2.5경기차로 벌렸다. 6위 LG와는 3경기. 이제 멀게만 느껴졌던 가을야구가 성큼 다가왔으며 조심스럽게 3위 이상도 정조준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롯데는 재미있는 야구를 펼치고 있다. 수많은 역전승을 일궈내며 팬들의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중이다. 이대호, 최준석 등 중심타선은 물론 김동한 등 하위타선까지 일발장타를 장전했다. 조원우 감독의 용병술도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다. 손승락의 무쇠본능에 의한 뒷문 철벽강화도 중요한 역할. 잠잠했던 구도 부산전역이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두산 역시 후반기에 접어들자 지난해 챔피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두산도 롯데 못지않은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2년간 보여준 강팀의 저력이 제대로 나오고 있는 것. 후반기 승률 0.758. 무려 25승1무7패다. 단연 후반기 승률 1위. 25일 넥센전까지 잡아내며 후반기 시작 당시 13경기 차이가 났던 1위 KIA와 승차가 2경기차로 좁혀졌다. 6~7경기 정도 차이가 났을 때도 이를 뒤집는 것이 쉽지 않은 미션으로 여겨졌으나 두산에게 장벽은 없었다. KIA의 부진도 이유지만 두산의 강세가 가장 큰 이유다.
두산은 투타에서 지난해 최강팀 당시로 돌아왔다. 선발진은 ‘판타스틱4에 함덕주까지. 전반기 내내 불안했던 불펜은 김강률의 반등과 동시에 전체적으로 한층 살아 움직이고 있다. 타선 역시 빈틈이 없다. 전반기 때 부진하다 우려했던 박건우, 오재일 등은 완벽히 살아났으며 부상으로 신음했던 양의지와 민병헌도 순조롭게 복귀했다. 김태형 감독의 건강 이상이 변수로 다가왔지만 오히려 팀은 더욱 똘똘 뭉쳤다. 더 무서운 점은 앞으로 가을까지, 두산의 풍부한 경험과 저력이 더욱 빛을 발휘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KIA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시즌 최다인 6연패에 빠지며 선두수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MK스포츠 DB
반면 울고 싶은 팀들도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무난하게 정규시즌 1위는 유지할 것이라 여겨졌던 KIA가 이제 두산에 2경기차로 추격을 받고 있다. 최근 페이스만 보면 그 이하 추락도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겹다. 시즌 첫 6연패 수렁. 후반기 흐름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 혹은 일시적 부진일 것이라 속단하는 분위기였지만 어째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임기영, 정용운 등 선발진 난조로 촉발된 KIA의 부진이 타선침체로까지 이어졌고 그러자 장점이 확연히 줄어드는 기색이다.
문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점. 선두수성, 그리고 가을야구까지. 대권을 위해 적극적 트레이드까지 주저하지 않았던 KIA 입장에서 이제부터 제대로 된 고비가 시작됐다.
LG는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외인타자 로니(사진)를 선발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음에도 연패에 빠지며 5강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LG 역시 완만한 하락세를 타더니 이제 5위권은 물론 6위도 장담하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졌다. 25일 현재 SK에게 1경기 앞선 6위다. 5위 넥센과는 0.5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4위 롯데와는 어느새 3경기차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제 5위를 정조준 해야 하는 상황. 그마저도 현재 팀 전력과 분위기로는 힘에 부쳐보이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24일 25일 부산 롯데원정은 LG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전력에서 5강권 팀들에 비해 도저히 강점을 찾기가 힘든 경기내용이었다. 선발투수들이 흔들리며 장점이던 마운드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대폭적인 라인업 변화, 메이저리그 커리어 1000경기 이상의 외인타자 로니의 선발제외 등 강수가 이어졌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허프와 임정우의 복귀가 팀 전체 흐름을 바꾸는 효과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어메이징 후반기를 만들었던 LG로서는 시즌 내내 5위 이하로는 잘 떨어지지 않았는데 공고할 것이라 여겨진 이 벽마저 흔들리고 있다. 힘겨운 부산원정을 마친 LG는 쉴 겨를도 없이 26일부터 후반기 제왕 두산과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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