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닥 투자자 빨아들이는 가상통화 거래소
입력 2017-08-25 17:02 

25일 새벽 1시. 가상화폐 '리플' 공식 트위터에 사흘전 예고했던 중대발표 내용이 트윗으로 올라오자 리플 거래량이 솟구치며 가격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중대발표 예고로 이미 사흘만에 리플 가격이 두배 가까이 폭등한 상태였다. 하지만 트윗 내용이 공개되면서가격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중대발표 내용이라는게 "리플이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과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를 연사로 초청해 10월경 컨퍼런스를 연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속았다"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트윗이 공개되기 전 개당 344원이던 리플은 이날 장중 한때 230원까지 폭락했다. 하룻새 하락폭이 50%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가격 급락외에 이날 주목을 끈것은 바로 이날 리플 거래 대부분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일어났다는 점이었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힐스에 따르면 25일 정오 기준 24시간 동안 61억7200개의 리플이 거래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1조4894억원을 넘는 규모다. 이중 국내 최대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을 통해 전체 거래의 절반에 가까운(48.7%) 거래가 이뤄졌다. 코인원(17.3%), 코빗(11.7%)를 포함하면 이날 전세계에서 거래된 리플 거래의 80% 이상이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체결된 셈이다. 리플을 포함한 전세계 가상화폐 거래량의 30% 안팎을 한국인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글로벌 투자자금을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며 급속도로 성장하는 와중에 이처럼 국내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게 현실이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한곳에서 일간 거래된 가상화폐 거래금액이 코스닥 시장 전체 거래금액을 뛰어넘는 일도 벌어질 정도다. 지난 19일 빗썸의 24시간 거래량은 2조6018억원을 기록하며 전날 코스닥 시장 거래량인 2조4357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자는 가상화폐 설명서격인 백서(whitepaper), 개발자나 회사 트위터, 관련 뉴스 등을 보며 투자에 나선다. 주식시장에서 공시, 뉴스, 재무제표를 보며 투자하는 식이다. 차트를 통한 기술적 분석과 스터디 형식의 커뮤니티도 활성화됐다. 카카오스탁을 운영하는 두나무 등이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한국인들의 가상화폐 투자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래 유망투자수단으로 급부상한 가상화폐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투기매매에 따른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국내 가상화폐 참가자와 거래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가상화폐 제도화를 꺼리고 있다. 제도화 이후 가상화폐시장이 과열돼 거품붕괴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걱정때문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가상화폐 관련 제도화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줘 투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정치권에서 입법을 통한 제도화에 나선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가상통화 관련 영업에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놓은 상태다.
업계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스캠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빗썸은 보안수준이 65점, 코인원의 경우 88점, 코빗은 93점을 기록했다. 한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해외거래소 폴로닉스(90점), 비트렉스(100점)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빗썸은 해킹과 관련한 사고와 안이한 대응으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암호화폐 투자 커뮤니티에는 "비트코인이 빠져나갔다", "계정을 해킹당했다"는 글이 최근에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가상화폐 시장 시가총액은 올초 182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이달말 현재 1500억 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폭증한 상태다. 25일 정오 원화 기준으로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원화로 환산하면 173조5412억원에 달해 전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219조9193억원)에 근접해있다. 일간 거래액만 따지면 오히려 유가증권 시장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24일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액은 각각 4조7439억원, 2조7205억원이었는데 가상화폐 시장 전체 거래금액은 5조5543억원으로 집계됐다.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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