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학교 동창 음주운전 함정 몰아넣은 추악한 10대
입력 2017-08-25 15:42 

중학교 동창을 상대로 음주뺑소니 사고를 조작해 수백만 원의 합의금을 뜯어내려한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사고를 낼 오토바이를 미리 준비하는 등 성인 못지않은 치밀한 범행 사전 모의가 드러나 충격을 더 하고 있다.
25일 서울 도봉경찰서는 조작된 음주 뺑소니 사고를 유발한 뒤 합의금을 뜯어낸 정 모군(19)과 이 모군(19)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학교 동창 A군과 함께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운전하게 한 뒤 골목길에서 대기하던 공범 1명이 고의로 오토바이에 부딪혀 합의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 오후 11시부터 서울 도봉구에서 A군을 불러내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이 군은 먼저 자리를 떴고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함께 술을 마신 정 군은 "바람을 쐬자"며 A에게 오토바이 운전을 권했다. 골목길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정 군의 다른 친구 1명은 A군이 운전하던 오토바이 뒤쪽에 고의로 부딪쳐 쓰러졌고, 당황한 A군은 오토바이를 세우려고 했지만 정 군은 "음주운전이니 그냥 가자"고 다그쳐 현장을 이탈하게 했다.
사건 이후 이 군은 A군에게 전화를 걸어 "오토바이에 부딪힌 피해자가 내 친구"라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테니 합의금 6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A군을 현장으로 불러 '합의금을 주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는 등 영악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피해자가 "돈이 없다. 합의금을 제발 깍아달라"고 읍소하자 사채를 빌리는 방법,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사로부터 돈을 버는 방법 등을 알려주며 '빚 독촉'을 하기도 했다.

A군의 부모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은 뒤에도 나머지 합의금을 달라고 계속 재촉한 이들은 A군 부모의 신고에 의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CCTV등을 분석해 이들이 사전에 범행 현장을 답사하고, 서로 범행을 모의한 것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다른 친구를 상대로 유사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돼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피의자들 음주운전과 음주운전 방조 혐의 등에서도 추가 수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당일 술집 영수증과 진술을 토대로 A군이 사고 당시 소주 한 잔과 맥주 한 모금을 마신 것으로 보고 A군을 음주 운전 혐의로 입건하지는 않았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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